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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인회 임원 일주일 쫓았다…'키맨' 된 김성태 태국비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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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55)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도피 생활을 도운 현지 조력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은 이 조력자 신원을 파악한 뒤 태국 수사당국과 공조해 김 전 회장을 검거했다. 도피 조력자가 오히려 김 전 회장 추적의 '키맨'이 된 것이다.

김성태(오른쪽)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태국 방콕 북쪽 빠툼타니주의 한 골프장에서 현지시간 10일 오후 5시 30분 검거됐다. 왼쪽은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독자제공

김성태(오른쪽)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태국 방콕 북쪽 빠툼타니주의 한 골프장에서 현지시간 10일 오후 5시 30분 검거됐다. 왼쪽은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독자제공

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태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는 동안 현지 한인회 임원을 지낸 교민 H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H씨는 통역을 비롯해 은신처 마련이나 골프장 예약 등을 도우며 김 전 회장의 태국 생활을 지원하고, 측근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등 현지 가이드이자 비서 같은 역할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H씨 존재는 태국에 파견된 한국 경찰 수사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현지 경찰 주재관은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가 지난달 검거된 이후, 김씨 통신 기록과 수사 자료 등을 분석하던 중 H씨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동시에 태국 한인사회를 탐문, "서울에서 온 사람들을 한인회 출신 교민이 돕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김씨 관련 자료를 통해 파악한 조력자와 현지 첩보 내용이 가리키는 인물이 모두 H씨며, 그가 김 전 회장 검거의 키맨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지난 4일 태국 방콕 수사 당국에 이 같은 정보를 공유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태국 수사당국은 한국 경찰 정보를 바탕으로 방콕 경찰 산하의 이민국 도피사범추적팀을 투입해 H씨 행적을 추적했다. 이후 일주일간 잠복 끝에, 방콕 북쪽 빠툼타니주 골프장에서 김 전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을 함께 검거했다.

도피 기간 중 김 전 회장의 구체적인 행적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수사 당국은 김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태국에 입국한 뒤, 검거된 지역과 가까운 방콕 등에서 은신해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도피를 도운 H씨의 과거 행적이나 김 전 회장과의 인연 등도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 H씨 역시 귀국하면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한편 김 전 회장은 검거 후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 추방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태국에 불법 체류한 사실이 없으며, 체류 가능 기간이 끝나기 전에 비자 발급 신청을 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또 앞서 검거된 김씨와 같이 현지 법원에 송환 거부 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실제 국내 송환까지는 최소 몇달이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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