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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억 횡령’ 오스템 재무팀장 징역 35년…“출소 후 이익 향유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오스템임플란트 전 재무관리팀장 이모(46)씨가 1심에서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4부(부장 김동현)는 11일 오후 2시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뉴시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4부(부장 김동현)는 11일 오후 2시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뉴시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4부(부장 김동현)는 11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씨에게 징역 35년형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반환되지 않은 범죄수익 약 1151억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범죄수익 은닉에 가담한 이씨의 아내 박모씨에겐 징역 3년의 실형, 동생과 처제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 회사가 코스닥 상장사고, 그 금액이 많다는 점에서 주주와 관계자 등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출소 후 이익 향유’를 노렸다는 점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형이 선고되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형기를 모두 채울 경우 이씨는 80세가 넘어야 출소할 수 있다.

이 모 씨가 지난해 1월 1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이 모 씨가 지난해 1월 1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이씨는 지난 2020년 11월~2021년 10월 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관리팀장으로 재직하면서 회사 자기자본의 108%에 달하는 2215억원을 개인 계좌로 이체하는 방법으로 횡령해 지난해 1월 구속기소 됐다. 빼돌린 회삿돈은 금괴를 구입하여 은닉하거나 가족 명의로 부동산, 리조트 회원권 등을 사는데 썼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결심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된 이래 피해액이 가장 큰 이 사건을 일벌백계해 다신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한다”며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날 판결과 관련, 서울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횡령 혐의로 개인이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조 2부장 출신인 김락현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서민에게 피해를 주며 쉽게 돈을 벌려는 이들을 엄하게 단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사기·횡령·배임 등 대형 재산범죄에 대한 처벌은 무거워지는 추세다. 수원고법은 지난해 9월 ‘300% 수익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2조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는 가상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 대표 이모(33)씨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선고된 형량(징역 22년)보다 3년이 늘었다.

횡령액을 능가하는 ‘징벌적 추징’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우리은행 전 직원 전모(44)씨와 그의 동생(42)에게 각각 징역 13년과 10년을 선고하면서, 이들에게 합계 647억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유죄로 인정된 횡령액(614억원)보다 추징액(647억원)이 33억원 가량 많았다.

대법원에서 수십년의 중형이 확정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김재현(53)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40년의 형량이 확정됐다. 지난해 11월엔 허위 펀드를 만들어 2000여 억원을 사기 판매한 혐의로 라임자산운용의 이종필(45) 전 부사장도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 조용현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는 “과거 경제사범은 살인범 등에 비해선 비교적 형량이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경제적 살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서민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피해가 형사적 피해 못지않은 고통을 준다는 고려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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