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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항진증 앓는 5세에 로봇으로 갑상선 절제…세계 첫 기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난치성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앓는 5세 어린이가 로봇을 이용해 갑상선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무사히 받았다. 이렇게 어린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로봇 갑상선 수술은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기록을 세운 건 분당서울대병원 최준영 외과 교수팀(유형원 교수, 김우철·이자경 전임의)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측은 몸무게 18㎏짜리 5세 소아 환자에 최근 ‘바바(BABA) 로봇 갑상선 절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1일 밝혔다. 이 환자는 약물로 조절이 안 되는 난치성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앓아 갑상선 절제가 불가피했는데 로봇 수술로 안전히 갑상선 전체를 잘라낼 수 있었다.

부갑상선 기능 저하 등 부작용↓ 

바바 로봇 갑상선 절제술은 양쪽 유륜과 겨드랑이 총 네 곳에 1㎝ 미만으로 작게 구멍을 뚫은 뒤 로봇을 이용해 갑상선에 접근해 절제하는 것이다. 절개창으로 수술용 카메라와 미세 수술 도구가 달린 로봇 팔 3개를 삽입하고 의사는 옆 콘솔에 앉아 3차원 영상을 보면서 원격으로 로봇 팔을 조종해 수술한다.

목을 절개하면 흉터가 남는 데다 유착(조직끼리 달라붙는 증상), 수술 후 출혈, 목소리 변화, 부갑상선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 확률이 높아 통상 갑상선 암 환자가 이 수술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내 갑상선 수술 환자의 절반 이상인 60%가 로봇 수술로 치료한다.

갑상선 이미지. 중앙포토.

갑상선 이미지. 중앙포토.

수술 시간은 1시간 30분~2시간 정도로 절개 수술과 비슷하다. 수술 이틀 뒤 퇴원해 일상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적다. 흉터 우려가 적고 부작용 확률도 낮아 환자 만족도가 높다는 게 의료진 설명이다. 특히 소아의 경우 성장하며 목의 상처가 커질 수 있어 로봇 수술의 장점이 크다.

다만 소아에서 일반적인 일은 아니라고 한다. 로봇 수술이 최소한의 절개로도 가능한 이유는 로봇 팔이 몸 안에서 자유롭게 회전하거나 각도를 조정할 수 있어서인데 소아는 체구가 작기 때문이다. 로봇 팔이 움직일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 소아 환자에는 하기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이 크다는 게 병원 설명이다.

“숙련도가 성공 좌우”

병원은 “로봇 갑상선 수술이 학령기 이전 소아 연령대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상식을 깬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바바 수술은 물론 로봇 갑상선 수술 전체로 넓혀봐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갑상선을 완전히 절제하기 때문에 평생을 좌우하는 수술”이라며 “갑상선을 떼어내면서도 칼슘을 조절하는 팥알 크기의 부갑상선을 잘 보존해야 하고, 신경·조직 손상을 최소화해야 목소리도 살린다”라며 “부갑상선 크기가 아주 작아 잘 안 보이는데 로봇 수술을 하면 카메라를 통해 명확히 구분해낼 수 있어 부갑상선 보존하는데 용이하단 장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소아는 목이 작고 신경과 부갑상선 등이 전부 다 작은 만큼 의사의 숙련도가 있어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갑상선이 손상되면 손발 저림, 근 마비, 성장 장애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병원 누적 3000명 수술…합병증 0 

분당서울대병원은 2008년 2월 세계 최초로 바바 로봇 수술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누적 3000건을 시행했다. 이 가운데 합병증 사례는 사실상 0에 가깝다고 한다. 최 교수는 이 병원 바바 로봇 수술의 80% 가까이인 2300명 환자를 맡은 이 분야 달인이다.

위치에 따라 귀 뒤나 구강, 겨드랑이 등을 절개하는 로봇 수술도 있지만 소아의 경우 입이 작아 구강은 어렵고 겨드랑이 로봇 수술은 해볼 수 있지만 로봇 수술할 때 필요한 견인기가 소아용으로 제작돼 있지 않아 어렵다는 게 최 교수 설명이다. 앞서 세브란스병원에서 9세 환자에 귀 뒤를 절개하는 법으로 로봇 수술이 이뤄진 적이 있다.

최준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사진 병원 제공.

최준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사진 병원 제공.

바바 로봇 수술이 불가능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최 교수는 “갑상선이 흉곽 안쪽으로 내려갈 만큼 비대한 경우 힘들지만 대부분 무리가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목에 큰 흉터가 없다는 미용적 장점과 목소리 변형이나 부갑상선 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낮다는 기능적 장점 모두 수술 이후 환아의 성장 과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다양한 소아 로봇 수술의 성공 사례를 축적하고 방법론을 공유해 소아 환자들이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수술 사례는 최근 국제 학술지 ‘Head and Neck’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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