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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이상렬의 세계경제전망

경기 부양책이 글로벌 침체 누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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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023년 중국 경제 4대 변수

이상렬 논설위원

이상렬 논설위원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끝내고 마침내 ‘리오프닝’(전면 재개)했다. 중국 경제는 힘차게 회복할 수 있을까.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세계에도 한국에도 호재다. 세계의 시각은 양분된다. 중국 당국과 상당수 투자은행(IB)은 리오프닝이 가져올 성과에 비교적 낙관적이다.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1%로 제시했다. 글로벌 IB인 모건스탠리는 종전 5%에서 5.4%로, 골드만삭스는 4.5%에서 5.2%로 높였다. 코로나19 이전의 고성장은 아니다. 하지만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탄 정도는 된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다소 비관적이다. 리오프닝이 불러온 코로나 확산에 초점을 맞춘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연초 “향후 몇 달간 중국은 힘들 것이고, 지역과 세계 성장에 대한 영향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IMF의 올해 중국 성장 전망치가 지난해 10월 예측(4.4%)보다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낙관과 비관의 차이는 중국 경제를 좌우할 4가지 변수를 어떻게 진단하느냐에서 비롯된다. 리오프닝,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 글로벌 경기침체, 미국의 봉쇄다.

당장은 리오프닝 여파로 경기수축
2분기부터 경기반등 본격 시작할듯

재정적자 확대 적극 내수진작 예고
대출규제 풀어서 부동산 부양 착수

미 반도체 봉쇄 등 대외 악재 강력
시진핑 3기 안정 위해 총력전 전망

리오프닝 경제피해 1분기 정점

리오프닝의 영향은 코로나 확산과 직결된다. 확산이 빨리 끝나고 피해가 작을수록 긍정적 효과는 커진다. 그 반대이면 리오프닝은 재앙이 된다. 최근 코로나 확산세는 깜짝 놀랄 정도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선 인구의 70~90%가 코로나에 걸렸을 것이란 분석이 중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의 공식 통계는 신뢰가 떨어진다. 지난 5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영국 보건 데이터 분석업체 에어피니티는 중국 내 하루 코로나 감염자가 242만명, 사망자가 1만5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누적 사망자는 4월 말까지 약 17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 등 주요 도시 화장장이 포화상태인 현실은 이런 추정의 설득력을 더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당장은 리오프닝이 중국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근로자들이 결근하고, 식당과 사업장이 문을 닫았다. 상당수 공장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매관리자 지수(PMI) 모두 코로나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PMI 하락의 핵심 메시지는 리오프닝이 매우 파괴적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일단 정점을 지나면 경제 활동은 빠르게 복원될 수 있다. 집단면역 효과다. 서방 전문가들은 1분기 경기 위축은 피할 수 없지만 이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 말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한다. 2분기 이후엔 중국 경제가 코로나 악몽에서 깨어난다는 것이다. 변수는 음력 설인 춘절 연휴(1월 21~27일)의 대이동이다. 중국 당국은 약 20억9500만 명의 여행을 예상한다. 3년 만에 고향을 찾는 ‘보복 귀성’과 중산층의 ‘보복 여행’으로 코로나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방위 부양 돌입

중국은 경기 부양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올해 경제운용방향으로 ‘안정 최우선, 안정 가운데 발전’을 정했다. 성장에 다시 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안정적인 통화정책 유지 방침을 밝혔다. 재정과 통화 양쪽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는 소비 회복 및 확대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중국 경제매체 디이차이징은 “대다수 시장분석가는 23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22년 재정적자 목표치가 2.8%였던 것을 고려하면 재정이 경기 부양의 선봉에 설 것이라는 얘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중국은 신에너지차 소비 진작, 관련 인프라 확충, 첨단설비 투자 장려 등 내수진작 정책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부동산 부양이다. GDP의 약 30%에 달하는 부동산은 최근 몇 년간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지난해(1~11월)도 신규주택판매는 전년 대비 23.3% 감소했다. 코로나 탓도 있지만, 부동산 부문 거품을 빼려는 당국의 엄격한 대출 통제 탓이 컸다. 그에 따라 부동산 업체 자금난→아파트 공사 중단→잔금 납부 거부→유동성 위기 등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부동산 재벌 헝다 그룹 채무불이행 사태도 그 와중에 발생했다.

그런데 이런 정책 기조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지난해 11월 부동산기업에 대한 대대적 자금지원 조치가 나왔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은행이 부동산업계에 빌려주기로 한 신용공여 계약이 4조 위안(740조원)에 달할 정도. 중국은 앞으로 부동산개발자와 구매자에게 대출을 더 늘려주고, 금리를 더 내려주는 추가 조치를 계속 내놓을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성장을 재점화하기 위해 궁지에 몰린 부동산 시장 지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3년 전 부동산 업계 유동성 위기를 촉발한 차입 억제 조치인 ‘3개 레드라인’도 조만간 완화될 것으로 알려진다. 가라앉은 시장 심리가 이런 조치에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건이다.

글로벌 경제 침체는 악재

중국 수출은 2019년 0.5%, 20년 3.6% 증가에 그쳤지만, 21년에는 29.6% 증가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그해 중국의 8.1%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지난해는 이 기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상하이·선전 등 주요 도시의 봉쇄, 미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 영향을 받았다. 지난 11월엔 8.7%나 감소했다. 침체 국면으로 치닫는 글로벌 경기는 수출에 악재다. 올해 글로벌 경제는 1%대 저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리오프닝으로 중국의 생산 라인이 정상화 되더라도 해외 수요가 가라앉으면 소용없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 에너지 위기 및 지정학적 혼란으로 인해 둔화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쇼핑객들이 지출을 줄임에 따라 중국은 국내외 수요 침체라는 이중 타격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중국 수출이 0% 안팎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반도체 봉쇄 더 강력해져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중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엔 일본과 네덜란드가 여기에 동참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와 램 리서치,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이다. 미국·일본·네덜란드의 3국 동맹이 본격 가동되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조달 루트는 사실상 봉쇄된다. 중국이 우회로를 찾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첨단 장비가 없으면 첨단 칩이 없고, 첨단 칩이 없으면 AI·무선통신 등 첨단산업도 없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과 미국 간 기술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면서도 “세계 양대 경제의 점진적 분리를 앞당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현장에선 벌써 비명이 흐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반도체 장비 수입이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2020년 5월 이후 최저다. 최근 눈길을 끄는 보도가 나왔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의

6일 워싱턴 연설이다. 그는 중국의 대만 파인애플과 호주 와인 수입 중단 조치 등을 “세계 경제에 명백한 위험”이라고 규정한 뒤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효율적 대응이 G7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올해 G7 의장국이다. 니시무라 경산상의 발언엔 대중 봉쇄 범위를 반도체 너머로 확대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G7이 이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게 되면 중국 경제는 큰 장벽을 만난다.

결국 4대 변수 중 2개(리오프닝·부양)는 중국의 선택이고, 다른 2개(세계경기 침체·미국의 봉쇄)는 중국 밖의 일이다. 올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의 첫해다. 강압적인 제로 코로나와 준비 안 된 리오프닝이 초래한 코로나 쓰나미로 대중의 불신과 불만이 한껏 높아졌다. 경제까지 나빠지면 시 주석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이 된다. 중국은 가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다. 블룸버그는 “23년이 22년의 반복이 아닐 것은 분명하지만 시 주석에게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 행로는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

중국 경제 발목 잡는 고령화와 청년 실업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복병은 노동력이다. UN 추정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4월 인도에 세계 1위 인구 대국 자리를 넘겨준다. 인도 인구가 14억2600여만명으로 중국을 제친다. 문제는 고령화다. 젊은 노동력이 빠르게 줄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생산가능인구(15~59세)는 2010년 9억 4052만 명(총인구의 70.1%)에서 20년 8억9437만 명(63.4%)으로 감소했다. 2050년엔 인구의 중간연령이 51세로 지금보다 12세 늙어진다는 전망도 있다.

한편에선 청년(16~24세)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10월 청년 실업률은 17.9%에 달했다. 전체 실업률 5.5%보다 훨씬 높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들이 고용시장 진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고령화와 청년실업은 결국 중국 경제의 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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