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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쫄았습니까” 고함…이재명, 검지손가락 입에 대고 “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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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0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0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 왕복 10차로 산성대로가 10일 둘로 쪼개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전 10시35분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이 대표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도로를 양분해 세 대결을 펼친 탓이다. 성남지청 주변에는 이날 오전 7시30분쯤부터 이 대표 지지 단체인 민주시민촛불연대, 이재명 지지자연대 등의 회원 600여 명과 반대 단체인 애국순찰팀, 신자유연대 등의 회원 500여 명이 집결했다.

민주시민촛불연대 측은 ‘이재명 무죄’를 외치며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확성기를 통해 내보냈다. 고근석(76·경기도 고양시)씨는 “검찰 수사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쟁자를 이렇게 비참하게 짓밟아서 되느냐. 대장동 사건에서 나올 게 없으니 성남FC 가지고 이러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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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이 대표 지지자들은 안개꽃과 파란색 풍선을 흔들었다. 이 대표가 성남지청 정문 앞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은 “지켜줄게 이재명” “사랑해요 이재명”을 연신 외쳤다. ‘우리가 이재명이다’ 등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이 대표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지자와 취재진이 뒤섞이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100여m 짧은 길이었지만, 이 대표가 성남지청 본관까지 가는 데는 15분가량이나 걸렸다. 이 대표가 포토라인에 도착해 입장문 원고를 꺼내 읽으려는 순간 한 시민이 “목소리가 작습니다. 쫄았습니까?”라고 소리쳤다. 이 대표는 이 시민을 향해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 “쉿” 하는 소리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0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10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민주시민촛불연대가 설치한 단상에 올라 “촛불 시민들이 법 강도질을 처단하려고 이곳까지 왔다”며 “법을 위시한 강도질을 그만둬야 한다. 이재명이 희망이다”고 외쳤다.

반면에 대한민국 애국순찰팀 등 보수단체는 ‘피의자 이재명 검찰 출석’ 등 현수막을 내걸고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이나영(73·성남시)씨는 “(이 대표는) 국민을 속이고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태극기를 흔들며 가요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오전 7시부터 기동대 12개 중대(900여 명)를 투입해 충돌 등 사태에 대비했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오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출석 길에 동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기획 보복 수사다”고 규정했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당직자 50여 명이 총출동한 데 대해 국민의힘 측은 날을 세웠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무치(無恥)의 이재명 출두를 보며 부끄럽다”며 “이 대표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국민은 그의 권력형 비리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성남지청 현장을 직접 찾아 “누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을 호위무사로 대동하나. 정말 괴이하고도 어이없는 풍경”이라고 했고, 다른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나라를 구한 개선장군마냥 나타나 궤변만 늘어놓은 이 대표는 범법행위를 ‘검찰 조작 프레임’으로 덮을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고 적었다. 안철수 의원은 “오늘은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가 법치주의를 후퇴시킨 치욕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안에서도 이날 지도부 총집결을 두고 “방탄 프레임을 더 공고히 해주는 것”(비명계 조응천 의원), “우르르 몰려가서 시위하는 스타일은 정치를 너무 오버하는 것”(문희상 전 국회의장)이란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 검찰 조사의 맞불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특별검사제(특검)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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