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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심만 보이는 여당 경선…‘진박 감별사’ 떠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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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2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년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2023년 국민의힘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이 공개 비판한 나경원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의

진박 논란, 옥새 파동으로 패배한 2016년 교훈 삼아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지난 5일 “출산 연계 대출금 탕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지 닷새 만이다. 해당 발언 다음 날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공개 반박했다.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부적절한 언행”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의 자기정치에 실망했다”고 비판을 이어갔었다.

이번 논란이 정책적 이유만으로 빚어졌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새 대표를 뽑는 3월 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린다. 양측 간 갈등은 경선 출마에 강력한 의욕을 보였던 권성동 의원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장제원 의원과 연대한 김기현 의원이 ‘친윤’ 후보로 정리되는 듯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터졌다. 그래서 “나 전 의원의 저출산위 부위원장 임명엔 당권 도전을 하지 말라는 뜻이 내포됐을 텐데, 반대되는 방향을 보이니 (대통령실에서) 그런 격한 반응이 나왔을 것”(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란 해석이 정치권에선 꽤 많았다.

물론 나 전 의원의 태도에도 문제가 없진 않았다. 저출산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란 두 가지 중책을 맡았음에도 지방의 당 행사를 돌며 사실상 대표 후보 행보를 이어갔다. 출마를 저울질하며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여온 데 불편함을 느꼈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당무에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교통정리를 위해 특정 후보 견제에 나선 듯 비쳐진 것도 적절치는 않았다. “(대표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혀 가고 있다”는 나 전 의원의 언론 인터뷰 공개 3시간 후에 사회수석이 브리핑에 나선 모양새도 석연치 않았다. 정치권의 소문처럼 당권 도전을 막으려고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을 맡겼다면 더 큰 문제다. 국가 대계에 속하는 저출산 문제 관련 인선이 정치적 고려에 좌우됐다는 뜻이 된다.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 중인 여당의 대표 경선 양상에는 걱정이 앞선다. 윤 대통령의 의중, ‘윤심(尹心)’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서다. 윤 대통령과의 회동이나 안부 통화 횟수를 자랑하고, 동료를 ‘반윤’이라 찍어내는 ‘찐윤(진짜 친윤)’ 경쟁을 보고 있노라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2016년 총선이 떠오른다.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 완장을 찬 이들이 공천을 주물렀고, 이에 대한 극단적 반발로 당 대표가 직인을 갖고 사라진 ‘옥새 들고 나르샤’가 정권의 쇠퇴와 그 이후 탄핵 사태의 출발점이 됐었다. 지금은 경제·민생의 큰 위기다. 그때와는 달라진 집권 여당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