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제 도피’ 김성태, 8개월 만에 태국 골프장서 잡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성태(55)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0일 태국에서 검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해외 도피한 김 전 회장이 공교롭게도 이 대표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는 날 체포된 것이다. 해외도피 8개월 만이다. 태국 경찰은 김 전 회장과 함께 있던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도 체포했다. 김 전 회장과 양 회장은 친인척 간이다.

1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태국 현지시간 오후 5시30분에 태국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 검거 당시 김 전 회장은 양 회장과 함께 태국 방콕 북쪽 빠툼타니주의 P골프장에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달 태국 파타야에서 현지 경찰에게 체포된 쌍방울 ‘금고지기’ 김모씨가 주고받은 e메일과 김씨가 갖고 있던 연락처 등을 토대로 김 전 회장의 행방을 추적해 왔다.

검찰은 특히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 김모씨 외에도 ‘도박 자금줄’ 역할을 했던 여성 등 도피를 도운 인물들을 추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쌍방울그룹의 정·관계 비리 의혹, 대북 송금 의혹, 배임·횡령 및 변호사비 대납 등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6월부터 태국 등지에서 도피생활을 해 왔다. 또 필리핀 마닐라에서 수억원대 도박을 하고 서울 강남의 유명 유흥업소 여자 종업원을 도피처로 불렀다는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 회장에겐 ‘황제 도피’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5월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와 중국에서 만나 지하자원 개발 협력사업 등에 대한 사업 우선권을 따내고 그 대가로 북측에 200만 달러를 준 의혹(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받고 있다.

구속기소된 안부수 회장이 이끄는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는 2018년 11월 고양시,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각각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아태 국제대회)를 경기도와 공동 주최했다. 검찰은 이때도 쌍방울이 아태협을 통해 행사 비용 수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2018~2019년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CB) 200억원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횡령 사건에 김 전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CB는 김 전 회장이나 측근들이 실소유한 사실상 쌍방울그룹의 페이퍼컴퍼니들이 사들였는데, 이 회사들의 CB 매수자금에 쌍방울 돈 30억원이 투입되고(횡령), 페이퍼컴퍼니 조합원이 출자한 지분이 임의로 김 전 회장 지분으로 바뀌는 등 4500억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배임)한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은 전환사채 200억원 중 100억원의 CB를 사들인 쌍방울 계열사(비비안)의 돈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도 연결된다고 의심해 왔다. 200억원 중 100억원의 CB를 사들인 쌍방울 계열사가 2019년 12월 사외이사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을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를 선임해서다. 이 변호사는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다.

김 전 회장이 현지 법원에 송환 거부 소송을 내면 실제 국내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