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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가 다 휩쓸 때…"마스크 적셨다" N차관람 폭발한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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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지난 11월 30일 개봉해 올1월 9일까지 80만 관객을 돌파하며 깜짝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미디어캐슬

일본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지난 11월 30일 개봉해 올1월 9일까지 80만 관객을 돌파하며 깜짝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미디어캐슬

“저희 타깃인 10대 여성 관객에게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 2)’과 ‘영웅’이 큰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틈새 공략에 확신이 있었죠.”
개봉 41일만인 지난 9일 80만 관객을 돌파한 일본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를 수입한 미디어캐슬 강상욱 대표의 말이다. 묵직한 블록버스터가 장악한 연말연시 극장가에서 ‘오세이사’는 대중성보단 매니어층을 공략한 최루성 판타지 멜로를 내세워 깜짝 흥행에 성공했다. “20만 관객 정도면 손익이 맞을 것”이라는 수입사 예측보다 4배나 많은 관객이 들었다. 메가박스 실 관람평에 “4번째 보는데 재밌으면서 슬프다” “소설(원작)을 보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 같은 글이 올라오며 10점 만점에 8.8점을, CGV‧롯데시네마에서는 9점대를 기록했다.
지난 4일 개봉한 일본 농구 만화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기세도 매섭다. 1990년대 종이책 원작의 추억을 간직한 30‧40대 남성 팬을 중심으로 개봉 첫 주부터 N차 관람객이 잇따르며 엿새 만에 46만 관객을 동원했다. 연재종료 26년이 지났는데도, 지난해 말 시사부터 이 작품을 본 관객 사이에 “마스크가 (눈물로) 젖을 만큼 감동했다”라거나, 극장 불이 켜질 때쯤 슛 동작을 하고 있는 관객들이 있었다는 목격담이 토막글‧그림 형태의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meme)처럼 돌고 있다. 이 작품 배급사인 NEW 류상헌 유통전략팀 팀장은 “개봉일 좌석 판매율이 ‘아바타2’와 동일한 23.3%였다. 2주차 주말까지 90만 관객을 예측한다”면서 “원작의 파급력, 완성도 높은 영화의 힘, 팬덤이 더해져 기대 이상의 호응을 내고 있다”고 했다.

日 영화 죽었다고? 충성도 높은 팬효과 톡톡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첫날 6만2095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이는 그간 '아바타: 물의 길'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지켜왔던 '영웅'을 제친 결과라 눈길을 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계 발행부수 1억2000만 부를 돌파한 레전드 만화 '슬램덩크'의 신작 영화로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에 참여했다.  사진은 6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상영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 영상의 모습. 뉴스1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첫날 6만2095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이는 그간 '아바타: 물의 길'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지켜왔던 '영웅'을 제친 결과라 눈길을 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계 발행부수 1억2000만 부를 돌파한 레전드 만화 '슬램덩크'의 신작 영화로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에 참여했다. 사진은 6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상영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 영상의 모습. 뉴스1

매니아 취향의 영화들이 극장가의 효자 상품으로 부상하는 현상이다. 2억 2000만 명대였던 연간 관객 수가 코로나 영향으로 2021년 6000만 명대로 급감했는데도 이 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누적 215만 관객)이 예상 밖에 흥행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범죄도시2’(2022) 전까진 천만영화가 실종될 정도로 표심이 얼어붙은 가운데도 충성도 높은 매니어 관객들은 꾸준히 극장을 찾은 결과로 풀이된다. ‘아바타 2’ ‘탑건: 매버릭’ ‘한산: 용의 출현’ 같은 대작들이 반드시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 양질의 사운드 시스템 등으로 봐야 하는 작품으로 꼽혔다면 매니어 관객들이 ‘극장에서 꼭 보고 싶은 작품’은 따로 있었다는 의미다. 정태민 메가박스 마케팅팀장은 “특정 세대, 관객층에 공감받는 콘텐트가 선전하면서 영화관 상영작도 양극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슬램덩크 프리미엄 박스판이 진열대에 놓여 있다.   슬램덩크'가 극장가와 서점가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1996년 연재 종료 후 26년 만에 나온 후속작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국내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데 이어 이 영화 개봉을 기념해 나온 만화 '슬램덩크 챔프'는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2023.1.6/뉴스1

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슬램덩크 프리미엄 박스판이 진열대에 놓여 있다. 슬램덩크'가 극장가와 서점가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1996년 연재 종료 후 26년 만에 나온 후속작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국내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데 이어 이 영화 개봉을 기념해 나온 만화 '슬램덩크 챔프'는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2023.1.6/뉴스1

 '슬램덩크'처럼 ‘오세이사’도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일본 작가 이치조 미사키가 제26회 전격소설대상(2019)에서 460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미디어웍스 문고상을 수상한 동명 데뷔작이 토대다. 강상욱 미디어캐슬 대표는 “이 소설이 한국에서 일본보다 많은 40만부 정도 팔렸다. 그래서 원작 독자층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일본 실사영화는 잘 안 되는 편이지만 '오세이사'는 흥행이 나쁘지 않았던 로맨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2017, 누적 18만 관객)의 미키 타카히로 감독이 연출하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 누적 46만 관객)의 츠키카와 쇼 감독이 각본에 참여해 흥행 코드를 잘 살릴 거라 생각해 지난해 6월 일본 개봉 전에 일찌감치 수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영화가 인기를 끌며 원작 소설도 지난 3일 현재 교보문고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4위까지 역주행했다.

어디서 많이 본 기억상실…10대 관객에겐 신선

할리우드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5)과 ‘첫 키스만 50번째’(2004), 한국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 등 기억에 관한 기존 로맨스‧멜로영화 흥행코드를 고루 섞어놓은 듯한 내용도 관객들에게 친숙할 수밖에 없다. ‘오세이사’는 사고 이후 자고 일어나면 기억을 잊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이 소재. 여기에 여주인공의 친구를 사랑의 목격자이자 사건에 틈틈이 개입하는 역할로 활용했다. 지고지순한 주인공들이 답답할 때쯤 작품 속에서 관객이 하고플 만한 말을 대신 해주는 캐릭터다. 악역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저마다 인생의 실패와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지만, 결국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 안으며 눈물을 흘리는 결말로 나아간다.

정 대표는 “기성세대는 기억상실 소재의 영화가 익숙하지만, 젊은 세대한텐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10대 타깃에 맞춰 개봉 시기도 수능 이후로 맞췄다.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거리와 백화점 등 옥외‧버스‧벽보 광고와 Mnet‧tvN 예능방송 시간대 광고를 진행한 것도 효과를 봤다”고 했다.

박상민이 '슬램덩크' 주제가 부르는 특별 상영도  

메가박스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이 성공적이자 '돌비시네마’ 전국 5개관에서 ‘아바타2’를 내리고 이 영화 돌비 버전을 상영하며 실제 농구경기를 보는듯한 관람 열기를 끌어내고 있다. 특히 팬덤을 공략할 만한 오리지널 티켓, 렌티큘러(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바뀌는 시각물), 열쇠고리, 포스터, 팝콘 케이스 등 다양한 굿즈 상품을 선보인다.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7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 스토어도 연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90년대 SBS에서 방영한 ‘슬램덩크’ TV 만화 한국어판 주제가를 당시 가수 박상민이 직접 관객들에게 불러주는 특별 상영도 계획하고 있다. NEW 류상헌 팀장은 “입소문이 번지면서 당초 목표한 3040 남성에 더해 추억을 나누는 가족, 2030으로 관객이 확장되고 있어 보다 폭넓은 홍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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