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은 못친 윗선 친다? 檢, 경찰청·서울청 등 전면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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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이 본격적으로 보강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난항을 겪었던 ‘윗선 수사’에 검찰이 재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0일 오후 압수수색중인 서울 용산구청 9층의 모습. 뉴스1

10일 오후 압수수색중인 서울 용산구청 9층의 모습. 뉴스1

서울서부지검은 10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특수본이 송치한 참사 책임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는 차원이다. 특수본은 앞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등을 구속 송치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은 이번주 내로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서부지검은 이날 경찰청 정보화기반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 용산경찰서 정보과·생활안전과, 용산구청 비서실·홍보담당관실·스마트정보과 등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참사 전후 업무 자료 등을 확보했다. 참사 당시 경찰관들의 메신저 대화 내역을 분석하기 위해 경찰청 내부망 서버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른바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에 연루된 서울경찰청 정보부와 용산경찰서에서도 관련 자료를 추가 확보했다. 지난달 30일 검찰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외사부장을 구속 기소,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일러스트=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각 의혹에 대한 책임자 일부가 기소까지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지 않고 직접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 안팎에선 “보강 수사를 넘어선 재수사”라는 말도 나온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이 된 곳들 대부분이 이미 특수본이 압수수색했던 장소와 중복된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직접 수사에 나선 배경에 대해 “특수본이 구정 전에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는데 지금 보완 수사를 요구하긴 어렵지 않겠냐”며 “직접 하는 게 시간도 덜 걸리고 낫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특수본의 윗선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특수본이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무혐의’로 결론 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검찰이 새로운 혐의를 찾아낼지 이목이 쏠린다. 특수본은 법리적으로 경찰청과 행안부, 서울시 등에 직접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낸 상태다. 특히 특수본이 불구속 송치로 가닥을 잡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신병을 검찰이 어떻게 차리할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많은데 그런 점을 포함해 엄정 수사하겠다”며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가를 검찰 수사에서 판명 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엔 기소된 박성민 전 부장과 김진호 전 과장이 지난해 11월 특수본의 압수수색 도중에도 핼러윈 관련 보고서를 삭제시킨 정황이 드러났다. 법무부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압수수색 전날과 당일에 걸쳐 일선 경찰서 등에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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