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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노숙인에 "뛰지마, 다쳐"…尹도 찾은 '옛집국수' 주인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용산 삼각지 인근 '옛집국수' 모습. 사장인 배혜자 할머니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사진 tvN 방송화면 캡처

서울 용산 삼각지 인근 '옛집국수' 모습. 사장인 배혜자 할머니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사진 tvN 방송화면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대통령실을 서울 용산으로 옮긴 뒤 참모들과 처음 점심을 먹었던 삼각지 인근의 ‘옛집국수’ 주인 배혜자 씨가 최근 향년 8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0일 배 씨 유족 등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배 씨는 지난 8일 병세가 악화돼 별세했다. 배 씨 유해는 이날 화장돼 경기 파주 하늘나라 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배 씨가 운영했던 옛집국수는 서울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인근에서 40년 동안 영업을 해 왔다. 배 씨는 1981년 암으로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3남 1녀 자식들의 생계를 위해 이 국숫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옛집국수' 식당에 주인 배혜자 씨의 부고 소식이 붙어 있다. 사진 중앙포토

최근 '옛집국수' 식당에 주인 배혜자 씨의 부고 소식이 붙어 있다. 사진 중앙포토

이 식당은 식사를 한 노숙자가 도망치자 배 씨가 뛰지 말라고 했다는 따뜻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배 씨는 1998년 겨울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새벽 6시에 식당 문을 열었는데 남루한 차림의 40대 남성이 식당에 들어섰다.

이 남성은 당시 2000원이었던 국수를 시키더니 허겁지겁 먹어 치웠고, 배 씨는 국수 그릇을 빼앗아 이 그릇에 다시 국수를 한가득 채워 가져다줬다.

국수 두 그릇을 먹어 치운 남성은 ‘냉수를 한 잔 떠달라’고 했고, 배 씨가 물을 가지러 간 사이 도망쳤다.

이 모습을 본 배 씨는 “그냥 가, 뛰어가지 말고, 넘어지면 다쳐!”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점심 서울 용산 삼각지 인근 '옛집국수'를 찾아 식사를 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점심 서울 용산 삼각지 인근 '옛집국수'를 찾아 식사를 했다. 사진 대통령실

이 남성은 이후 재기에 성공해 사업가가 됐고, 10년 뒤 이 식당이 방송에 나오자 해당 프로그램 PD에게 편지를 보내 “‘옛집’ 주인 할머니는 IMF 시절 사업에 실패해 재산도 잃고 아내도 도망쳐 세상을 원망하던 나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준 분”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배 씨는 이 사연이 보도되며 식당이 명성을 얻자 “배고픈 사람에게 국수 몇 그릇 말아 준 것 가지고 과분한 치사를 받았다”며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고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이 식당은 지난 5월 19일엔 윤 대통령이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뒤 처음으로 참모들과 함께 점심 외식을 하며 재조명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 가게의 대표 메뉴이자 멸치 육수에 국수를 말아 낸 5000원짜리 잔치국수를 주문해 먹었다.

현재 이 식당은 배 씨 자녀들이 대를 이어 운영 중이며, 앞으로도 국숫집 운영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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