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년 전 첫 우승처럼…박항서, '베트남 해피엔딩'까지 딱 한 걸음

중앙일보

입력

'베트남 해피엔딩'까지 딱 한 걸음만 남겨둔 박항서 감독. AFP=연합뉴스

'베트남 해피엔딩'까지 딱 한 걸음만 남겨둔 박항서 감독. AFP=연합뉴스

박항서(64)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해피엔딩'까지 딱 한 걸음만 남겨뒀다.

베트남은 9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준결승(홈 앤드 어웨이) 2차전 홈경기에서 신태용(53)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를 2-0으로 꺾었다. 원정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베트남은 종합 전적 1승1무로 결승에 진출했다. 박 감독은 신 감독과 맞대결에서 2승2무의 우위도 이어갔다. 2년마다 열리는 미쓰비시컵은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이 지역 최고 권위의 대회다. 지난 대회까지 스즈키컵으로 불렸지만, 올해부터 후원사가 바뀌었다. 이번 대회엔 10팀이 출전했다.

결승은 박 감독이 베트남 사령탑으로 나서는 '라스트 댄스' 무대다. 오는 31일 계약이 만료되는 박 감독은 베트남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도와 4강 신화에 힘 보탰던 박 감독은 2017년부터 베트남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엔 자신만의 신화를 써 내려 갔다.  그는 2018년 베트남을 10년 만에 미쓰비시컵(당시 스즈키컵) 정상에 올려놓았고, 2019년 동남아시안게임(SEA)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하며 '박항서 열풍'을 일으켰다.

'쌀딩크(쌀국수+히딩크)'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부터다. 또 베트남을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시켰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도 큰 성과를 냈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지휘했고, 같은 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베트남의 첫 4강 진출을 일궜다.

그중에서도 미쓰비시컵은 박 감독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베트남에 첫 우승 트로피를 안긴 대회라서다. 그래서일까. 박 감독은 5년 전 첫 우승 무대에서 멋진 피날레를 꿈꾼다. 박 감독은 준결승 내내 신 감독과 '장외 신경전'도 마다치 않았다. 두 사령탑은 맞대결을 앞두고 악수를 거부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신 감독이 자신의 SNS를 통해 주심과 선수의 '페어플레이'를 요구하는 글을 올려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이날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울리자, 박 감독은 벤치에서 뛰쳐나와 선수들을 부둥켜안았다. 팔을 허공에 뻗으며 함박웃음을 짓는 등 평소보다 격한 승리 세리머니를 펼쳤다.

박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결국 중요한 건 결승에 가는 것이다. 오늘 우리 팀이 보여준 노력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최선을 다해 뛴 제자들을 칭찬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 선수들은 다른 동남아시아 팀들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면서도 자신에 대해선 "나는 평범한 감독"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신 감독과 벌인 신경전에 대해선 "나와 신태용 감독은 경기 결과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향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면 우리의 관계는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13일(홈)과 16일(원정) 결승 1, 2차전을 치른다. 박 감독은 "우승을 위해 베트남의 정신으로 경기에 임하고 베트남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결승전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