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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북한이 우리 공무원 구조 안 하는 것 알면서도 퇴근”

중앙일보

입력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난해 12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뉴시스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난해 12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뉴시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고 이대준씨가 북한 측에 구조됐는지 등 진행상황에 대한 확인없이 퇴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지난달 9일 서 전 실장을 구속기소 하면서 이같은 범죄혐의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7시 고 이대준씨가 남측 사람인 것을 인지한 북한 관계자가 실제로 이씨를 구조했는지 여부 등 사건 진행상황에 대한 추가 확인없이 그대로 퇴근했다.

서 전 실장은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에 “실종된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고 알리도록 하면서도 “‘보안사항’이라고 지시해 이같은 사실이 구조 담당자들에게는 전파되지 못하도록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외교부와 통일부에는 북한 해역에서 우리 국민이 발견된 사실을 전파하지 않도록 했다”며 “이미 위기상황을 알고 있는 국방부·국가정보원에도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서 전 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117쪽 분량의 공소장을 지난 9일 국회에 제출했다.

“서훈, 文 종전선언 비판 예상되자 ‘월북자’ 조작”

검찰은 서 전 실장이 남북 관계를 위해 이 같은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소장을 보면 “서 전 실장은 고 이대준씨 피격 및 시신 소각 사실이 공개될 경우 예상되는 대북 반감 확산, 정부의 대북정책 및 고 이대준씨 생존 확인 후 미조치·무대응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위 사실을 은폐했다”고 써 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쯤 유엔 총회 화상 녹화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제안했는데, 이를 앞두고 북한군에 의한 고 이대준씨 피격 및 시신 소각 사실이 공개될 경우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비판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서 전 실장이 고 이대준씨를 월북자로 조작한 자료를 재외공관에 배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검찰은 공소장에 썼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서 전 실장은 대북 통지문을 보내 북한의 반응을 살펴보는 한편, 고 이대준씨를 월북자로 조작하는 등 피격 사건이 월북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고임을 강조했다”고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3일 오전 9시쯤 비서관 회의에서 “비서관들은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일부 비서관들은 사무실로 돌아와 “미친 것 아니야, 이게 덮을 일이야?”“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해?”“실장들이고 뭐고 다 미쳤어”라는 말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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