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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당한 룰라 지지한 바이든…남미 '좌파 대부'에 러브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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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폭동 사태로 곤경에 처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다음달 초 방미를 요청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9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주 정상회의(the Summit of Americas)를 계기로 열린 미·브라질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다음달 초 방미를 요청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9일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주 정상회의(the Summit of Americas)를 계기로 열린 미·브라질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룰라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전날 일어난 브라질 의회 및 정부청사 습격 사건을 비판하면서 지지 의사를 밝히고 다음 달 초 미국 방문을 요청했다. 미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룰라 대통령이 승리한 브라질의 최근 대통령선거에서 드러난 브라질의 민주주의와 브라질 국민의 자유의지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를 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2월 초 방미 요청을 수락했다.

이날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브라질 내 폭동과 별개로 앞으로 기후변화, 경제개발, 안보 문제 등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 폭넓은 의제가 다뤄질 것이란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 앞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함께 이번 사태를 비판하는 긴급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이들 정상은 이날 멕시코에서 열리는 3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발표된 성명에서 “브라질 민주주의와 평화적인 권력 이양에 대한 1월 8일 공격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브라질이 민주주의 제도를 지키는 데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브라질 국민의 자유의지를 지지하며 룰라 대통령과 함께 일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브라질 의회, 대법원, 정부기관 고위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전날 벌어진 폭동 사태에 대해 강력한 처벌 의사를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브라질 의회, 대법원, 정부기관 고위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전날 벌어진 폭동 사태에 대해 강력한 처벌 의사를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이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광폭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사태를 대(對)중남미 외교에 적극 활용할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남미 좌파 대부’ 룰라의 재집권으로 중남미의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한층 선명해진 상황에서 룰라 정권과 관계 강화가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의 미 의회 습격을 겪었던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동병상련’이 두 정상 간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폭동의 배후로 지목되는 자이르 보이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송환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관련 질문에 “(브라질에서) 공식 요청이 있을 경우 진지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이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직후 미국 플로리다로 옮겨 은신 중이다. 이와 관련, 호아킨 카스트로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보이소나루는 플로리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브라질에서 테러를 부추긴 이 독재자의 도피처가 되어선 안 된다. 그는 브라질로 송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주 정상회의(the Summit of Americas) 기념 촬영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이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6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주 정상회의(the Summit of Americas) 기념 촬영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이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 의원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 국회의사당이 파시스트의 공격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브라질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걸 목격하고 있다”며 보이소나루의 송환을 촉구했다.

미국이 보이소나루의 비자를 중단시켜 추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은 부패 혐의를 받다가 미국으로 도망친 리카르도 마르티넬리 파나마 전 대통령의 신병을 지난 2018년 6월 파나마 측에 인도할 때도 사전에 비자부터 정지시켰다.

당시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존 필리 전 대사는 “보이소나루에게 미국 비자 취소는 가장 즉각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일지라도 추방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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