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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에 첫 블로퀸 도전하는 GS칼텍스 한수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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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미들블로커 한수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 미들블로커 한수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35세에 첫 블로퀸 등극을 꿈꾼다. GS칼텍스 미들블로커 한수지가 장충의 벽으로 우뚝 섰다.

GS칼텍스는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 승리를 거뒀다. 최다득점자는 모마(30점)였지만, 1등 공신은 한수지였다. 1세트에서만 블로킹 4개를 잡아낸 한수지는 이날 8개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1경기 개인 최다 기록. 특히 KGC 주포인 엘리자벳의 스파이크를 무려 5번이나 차단했다.

한수지는 "블로킹 욕심을 낸 건 아니다. 지난 3라운드 경기에서 엘리자벳에게 당해서 '뭐가 잘못됐을까' 생각했다. 엘리자벳의 영상을 보면서 동작과 타이밍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한수지의 손맛은 무서울 정도로 매섭다. 세트당 0.788개를 잡아내 양효진(현대건설), 정대영(도로공사), 김수지(IBK기업은행), 배유나(도로공사) 등 전현 국가대표들을 제치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블로킹 1위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수지는 "팀 순위 싸움이 치열해 기록을 확인할 때마다 블로킹 순위도 본다"고 미소지었다.

한수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센터 경력'은 겨우 7년째다. 친언니 한은지를 따라 중학교 때부터 줄곧 세터를 맡았기 때문이다. 블로킹이 좋은 장신(1m83㎝) 세터였던 그는 2006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혀 꾸준히 활약했다.

하지만 갑상선암을 앓으면서 슬럼프를 겪었고, 서남원 감독의 제안으로 미들블로커 변신을 꾀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큰 키는 아니지만 해마다 블로킹 능력이 발전했다. 한수지는 "공격력이 부족하다"면서도 이제는 미들블로커로 뛰는 것에 만족한다.

한수지는 진기록에도 도전한다. 한수지는 09~10시즌 세터상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는 미들블로커 베스트7 수상 가능성이 있다. 세터와 미들블로커로 모두 상을 받은 선수는 지금까지 없었다.

GS칼텍스 미들블로커 한수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 미들블로커 한수지. 사진 한국배구연맹

한수지는 지난 시즌에 이어 주장을 맡았다. 오지영이 페퍼저축은행으로 트레이드되면서 한수지는 팀내 최선참이 됐다. 2019년 한수지를 트레이드로 데려온 차상현 감독의 신임도 두텁다. 차 감독은 "주장이자 맏언니로서 팀을 잘 이끌고 있다"고 칭찬했다. 팀내 유일한 80년대생인 한수지는 "MZ세대라 대화가 어렵다"면서도 "농담 식으로 안혜진을 군기반장으로 임명했다. 혜진이를 조여서 팀 분위기를 잡기도 한다"고 웃었다.

V리그는 1번에서 20번까지만 등번호를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부터는 99번까지 자유롭게 사용하게 됐다. 1번을 쓰던 한수지는 34번을 택했다. 학창 시절 쓰던 3번과 농구동호회에서 남편이 쓰는 4번을 합친 것이다. 한수지는 "남편이 샤킬 오닐이 쓰던 번호라고 놀렸다"고 했다. 오닐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센터다. 블록슛 1위에 오른 적도 있다. 의미는 다르지만, 센터로 나서 블로킹을 하는 건 한수지와 같다.

GS칼텍스는 개막 전 현대건설, 흥국생명과 함께 '3강'으로 꼽혔다. 여름에 열린 컵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부진했다. 그러나 차츰 팀이 안정되면서 치열한 3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수지는 "최근 성적이 좋았고, 컵대회도 잘 치러 사기가 높았는데 패배가 많아져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다 보니 나아졌다"며 봄 배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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