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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연극인들, 새로움을 말하다: 제7회 늘푸른 연극제

중앙선데이

입력

원로 연극인들의 축제 ‘늘푸른연극제’(운영위원장 전무송)가 13일 본격 막을 올린다.

‘늘푸른연극제’는 매 시즌 원로 연극인들의 뜨거운 열정을 무대 위에 오롯이 담아내어 평단의 극찬을 받아온 대한민국 대표 연극제로, 올해 일곱 번째 시즌을 맞아 ‘새로움을 말하다’라는 부제로 돌아온다.

9일 기자간담회에 모인 제7회 늘푸른연극제 참가자들. [사진 늘푸른연극제]

9일 기자간담회에 모인 제7회 늘푸른연극제 참가자들. [사진 늘푸른연극제]

이번 연극제는 원로 배우뿐만 아닌 원로 작가, 연출과 함께한다. 지난 10월 공연된 김우옥 연출의 연극 ‘겹괴기담’을 필두로, 박승태 배우의 ‘겨울 배롱나무꽃 피는 날’, 극작가 이강백의 ‘영월행일기’, 배우 정현의 ‘꽃을 받아줘’가 차례로 국립정동극장_세실에서 공연된다. 각 작품마다 삶과 죽음, 시공간을 넘나들며 동시대적 가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지난해 10월 더줌아트센터에서 공연된 ‘겹괴기담’은 겹겹이 나누어진 다섯 개의 무대에서 펼쳐진 무대 위 교차하는 두 가지 이야기를 담아내며 마치 ‘틀린 그림 찾기’처럼 두 이야기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게 하는 실험극이었다. 구순의 원로 연출가 김우옥의 끝없는 도전정신을 보여준 이 작품은 2022년 한국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우옥 연출은 "이번 공연은 영상미에 집중해 젊은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면서 "82년도 초연 때는 무대 장치가 매우 열악해서 궁여지책으로 멸치잡는 그물로 영상을 투영하는 샤막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비싼돈을 들여서 수입해 제작에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13일 개막하는 ‘겨울 배롱나무꽃 피는 날’는 이번 늘푸른 연극제 대표 연극인 박승태 배우의 새로운 인생작으로, 원로배우 연운경, 민경옥이 함께 출연한다. 문턱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기며 춤추고 노래하며 배롱나무꽃으로 환생하듯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내며 ‘죽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제7회 늘푸른연극제 포스터

제7회 늘푸른연극제 포스터

‘영월행일기’는 한국 연극사의 기념비적 극작가 이강백의 작품으로, 28일부터 공연된다. 극중극 형식으로 실험적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제15회 서울연극제 희곡상, 제4회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한국 연극의 고전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고문서 ‘영월행일기’의 진품 검증을 위해 모인 ‘고서적 연구회’ 회원들, 500년 전 영월에 유배 갔던 단종 등을 중심으로 역사적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 김성노 연출은 "1995년도 작품을 2023년 이 시대에 맞게 어떻게 표현을 해야 요즘 관객들에게 그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월 9일 막 올리는 ‘꽃을 받아줘’는 연극을 통한 인간성 회복과 민족 전통예술의 현대적 조화를 도모하는 극단 민예 소속 배우 정현의 역작으로, 그의 37회 대한민국연극제 최우수연기상 수상작이다. 삶의 희망이 사라진 듯한 사랑요양원에서 펼쳐지는 노년의 러브스토리는 시공간과 죽음까지 초월하는 사랑의 위대함을 통해 어떤 순간에도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극제는 국립정동극장(대표이사 정성숙)과 스튜디오반(대표 이강선)의 공동 기획이라 더욱 특별하다.
 46년 역사를 가진 한국 창작극의 산실 세실극장이 폐업 위기에 처했고, 지난해부터 정동극장이 운영을 맡아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연극계 자생력 회복을 위해 개편된 공간이라는 취지에 맞게 원로 연극인들이 활약할 무대를 얻은 셈이다.

정성숙 정동극장 대표는 "연극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인 극장에서 원로 연극인들의 축제를 진행하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상호간 이뤄낼 아름답고 묵직한 시너지가 관객 여러분들께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강선 스튜디오반 대표도 "늘푸른연극제는 단순한 연극제가 아닌, 선생님들이 끊임없이 창작욕을 키울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가에서 키워야 할 연극제"라면서 "이번에 정동극장과 함께하면서 연극제의 위상이 달라지고, 선생님들께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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