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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제치고 무려 韓 해산물 수출 3위…'이빨고기'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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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남극해 인근에서 이빨고기를 잡고 있는 우리 어선. 국립수산과학원

남극해 인근에서 이빨고기를 잡고 있는 우리 어선. 국립수산과학원

지난해 수산식품 수출 1위 품목은 김, 2위는 참치다. 김은 2019년 이래 줄곧 수출 1위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통조림이 인기를 끄는 참치도 2018년 1위를 차지한 이래 줄곧 2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베스트셀러다. 4ㆍ5위는 대표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굴ㆍ전복이었다. 그렇다면 3위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빨고기’다.

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식품 수출액(잠정)은 31억6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1.8% 늘었다. 수출 1위 김(6억5500만 달러)과 2위 참치(6억200만 달러), 4위 굴(8000만 달러), 5위 전복(6500만 달러)같이 익숙한 ‘수출 효자’ 품목 사이에 이빨고기(9000만 달러)가 처음 ‘빅3’로 이름을 올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빨고기 수출액은 2020년 3000만 달러에서 2021년 4500만 달러, 2022년 9000만 달러로 폭증했다. 수출량도 늘었지만, ㎏당 수출가가 21년 20.6달러에서 지난해 30.8달러로 1.5배 급등한 영향이다. 박승준 해수부 수출가공진흥과장은 “이빨고기는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 해외에서 고가의 식자재(스테이크용)로 인식된다”며 “미국ㆍ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수요가 늘었고 수출량ㆍ가격이 모두 올라 수출이 두배 넘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에겐 생소하지만, 이빨고기(toothfish)는 ‘메로’로 더 잘 알려진 어종이다. 스페인어로 대구를 뜻하는 ‘메를루사(merluza)’의 일본식 발음이 메로다. 이름에 걸맞게 입이 크고 이빨이 많다. 우리 근해에 살지 않고 남극해 최대 수심 2000m 깊은 바다에 산다. 몸길이 최대 2.3m, 몸무게 최대 100㎏에 이르는 대형 어종이다. 수명은 50년이다.

몸 길이 최대 2.3m, 몸무게 최대 100㎏까지 자라는 이빨고기. 국립수산과학원

몸 길이 최대 2.3m, 몸무게 최대 100㎏까지 자라는 이빨고기. 국립수산과학원

단백질과 오메가3가 풍부하고 맛과 향이 좋다. 비늘이 작아 조리하기도 편하다. 미국ㆍ일본에서 ‘바다의 쇠고기’로 불리며 인기를 끄는 이유다. 특히 미국에선 ‘칠레 농어’로 통하는데, 메로 몸통을 스테이크로 즐긴다. 선진국 시장에서 비싸게 팔리다 보니 한국에선 일부 일식집에서 주로 몸통을 뺀 ‘메로 머리 구이’만 가끔 맛볼 수 있다.

멸종 위기종이라 남극 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에 따라 여름철 어획 금지, 어선 크기 제한, 그물눈(코) 크기 조정 같은 규제를 받는다. 글로벌 소비량의 80%가 불법 어획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남극해 인근에서 이빨고기를 싹쓸이하는 한국어선이 눈총을 받기도 한다. 해수부는 2019~2020년 기준 전 세계 이빨고기 어획량의 27%가 국내산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은 한국 어선이 남극해에서 이빨고기를 불법 조업했다며 2013ㆍ2019년 한국을 ‘예비 불법 어업국’으로 지정했다. 각각 2015ㆍ2021년 지정 해제됐지만, 자칫 한 단계 나아가 ‘불법 어업국’ 지정까지 이어질 경우 한국산 수산물 수입 금지, 우리 어선의 미국 항만 '입국 거부'같은 강도 높은 제재를 받을 뻔했다. 박승준 과장은 “이빨고기는 부가가치가 높은 수산식품인 만큼 수출을 장려하면서 불법 조업을 막고, 남극 생태계 보전 방안을 연구하는 등 국제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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