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릴린 먼로→현실 엄마…영화 좀 보면 다 안다는 그녀의 변신

중앙일보

입력

미셸 윌리엄스. 지난해 11월 '더 파벨만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촬영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미셸 윌리엄스. 지난해 11월 '더 파벨만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촬영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아무도 날 찾지 않는 시간이라니, 이건 기적이에요.”  

배우이자 아이 셋의 엄마인 미셸 윌리엄스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윌리엄스는 뉴욕 브루클린의 한 카페에서 최근 NYT와 만나 최신 출연작인 ‘더 파벨만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지난 4일(현지시간) 게재된 이 기사에서 윌리엄스는 “첫 아이는 (초등)학교에, 둘째는 낮잠 자고 있고 셋째는 앞으로 1시간 반 동안은 밥을 주지 않아도 된다”며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며 눈을 반짝였다고 한다.

그 소중한 시간을 윌리엄스가 NYT와의 인터뷰에 쓴 이유. 영화 ‘더 파벨만스’가 그만큼 소중해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영화인 이 작품에서 그는 현생에서처럼 가족들 챙기기에 여념 없는 엄마 역할을 맡았다.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뉴욕타임스(NYT) 사진 속의 미셸 윌리엄스.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NYT 캡처]

뉴욕타임스(NYT) 사진 속의 미셸 윌리엄스.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NYT 캡처]

윌리엄스는 한국엔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영화 좀 본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존재감이 크다. ‘우리도 사랑일까’부터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같은 명작부터 ‘베놈’과 같은 액션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여 왔다.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1주일’에선 먼로의 환생이라는 호평도 받았다.

국내엔 고(故) 히스 레저(1979~2008)와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둘은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만났고 2004년부터 약 3년 교제하다 헤어졌다. 레저는 그 이듬해 약물 복용 부작용으로 사망했다. 윌리엄스의 첫 딸인 마틸다가 레저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다.

마릴린 먼로가 아니다. 그를 연기한 배우 미셸 윌리엄스다.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 스틸 컷]

마릴린 먼로가 아니다. 그를 연기한 배우 미셸 윌리엄스다.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 스틸 컷]

레저와의 연애와 그의 사망 이후, 윌리엄스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8년 결혼했지만 약 1년 만에 결별했다. 이혼 도장을 찍은 약 1년 후, 영화감독 토머스 카일과 결혼해 오랜 꿈이었던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연기에 대한 욕심은 진화 중이다. 그는 NYT에 “더 새로워지고 더 성장하고 싶다”며 “관객을 불편하게 하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에 더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더 파벨만스' 스틸컷의 미셸 윌리엄스. AP=연합뉴스

영화 '더 파벨만스' 스틸컷의 미셸 윌리엄스. AP=연합뉴스

윌리엄스는 화려한 셀럽과 같은 이미지는 아니다. 1980년 산악지대로 유명한 몬태나 주(州)에서 평범한 상인과 주부의 딸로 태어난 그는 ‘톰 소여의 모험’ 연극을 우연히 본 뒤 연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영화계에 본격 진출하면서 그는 처음엔 누구나 그러하듯이 닥치는 대로 오디션을 봤다. 그는 NYT에 “시트콤부터 광고 등 가리지 않고 하다가 어느 날 ‘자연주의 연기’라는 걸 알게 됐다”며 “뭔지 잘 몰라도 끌렸는데, 자연스럽게 역할에 녹아드는 스타일의 연기는 30대에 와서야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20대 시절의 나는 내가 연기하는 여성을 내 피부 속에서 어떻게 꺼낼까 고민했다면, 30대부터는 그냥 내가 그 역할에 녹아드는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며 “그건 곧 나 자신을 깨부수는 것, 다시 나 자신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이게 바로 그의 연기력의 핵심인 셈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미셸 윌리엄스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그들이 협업한 영화 '더 파벨만스' 관련 행사에서다. AP=연합뉴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미셸 윌리엄스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그들이 협업한 영화 '더 파벨만스' 관련 행사에서다. AP=연합뉴스

윌리엄스는 그러나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지 못한다. 그는 NYT에 “연기하는 나를 보는 걸 이상하게 못 견디겠다”며 “딸이 졸라서 10년 전에 봤던 게 마지막”이라며 웃었다. 왜일까. 그는 “내가 완전히 다른 나에 빠져 있는 걸, 현실의 내가 보는 게 견딜 수 없이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정작 자신은 보지 못해도 관객은 그의 영화를 계속 기다린다. NYT는 “윌리엄스는 더 새롭고 더 담대한 연기자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라고 호평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