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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정자 선물후 떠났다…전쟁터 가기전 우크라 부부 가는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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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편을 전장에서 잃은 우크라이나 여성 나탈리아 안토넨코. 남편이 남기고 간 '선물'은 참호에서 적은 일기장과 냉동 정자였다. 남편이 사망하고 한 달이 지난 지난해 12월, 안토넨코는 소셜미디어에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자녀를 가질 결심을 했다"고 적었다.

지난해 11월 남편을 전장에서 잃은 우크라이나 여성 나탈리아 안토넨코(왼쪽)는 최근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자녀를 가질 결심을 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함께 찍은 사진. 사진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11월 남편을 전장에서 잃은 우크라이나 여성 나탈리아 안토넨코(왼쪽)는 최근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자녀를 가질 결심을 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함께 찍은 사진. 사진 페이스북 캡처

그는 "아빠가 피 흘려 지킨 나라에서 살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자"면서 "다른 부부들도 (정자를 냉동하는) 결정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는 냉동 정자 사용 가능 기한인 20년간 최대한 많이 아이를 낳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처럼 최근 우크라이나 기혼 남성들이 자신의 정자를 냉동 보관한 뒤 전쟁터로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2년 10월 22일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신혼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2년 10월 22일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신혼부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후 잠시 멈췄던 우크라이나 난임 클리닉은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원래 우크라이나는 대리모 산업이 활성화된 국가다. 대리모 산업이 합법이며 서구보다 비용이 저렴해 전 세계 난임 부부들이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대리모 산업이 발달하다 보니 인공수정 기술도 앞서 있다는 평가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최대 난임 클리닉인 모자건강원이 전선에서 싸우는 이들의 정자·난자를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냉동해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수도 키이우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비탈리 라드코(37)는 이코노미스트에 "매달 30~40쌍의 군인 부부가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전쟁 전에는 우크라이나 난임 클리닉을 찾는 환자 50%가 외국인 부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우크라이나인만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40%는 군인 가족이다. 클리닉을 찾은 에두아르 코노프카는 남편이 해군으로 복무하고 있다. 부부는 "러시아와의 전쟁도 우리의 꿈인 아이를 빼앗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법엔 정자나 난자를 동결시킨 사람이 사망한 뒤 배우자가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선 남편이나 아내의 사후에도 냉동 정자나 난자를 배우자가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언급한 위임장을 받아둬야 한다.

러시아의 한 기차역에서 2022년 12월 2일 군사작전에 동원된 남성이 기차에 오르기 전 연인과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한 기차역에서 2022년 12월 2일 군사작전에 동원된 남성이 기차에 오르기 전 연인과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러시아도 최근 참전하는 러시아인의 정자 냉동을 무료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 당국이 특별 군사작전을 위해 동원된 러시아 시민의 생식세포(정자)를 무료 보존하는데 재정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사한 군인의 가족이 인공수정 등을 통해 자녀를 얻게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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