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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성공적인 3대 개혁을 위한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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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중에 반드시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을 이뤄내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고, 최근에는 3대 개혁을 역사적 소명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매우 환영한다. 초저출산, 빠른 고령화, 수도권 일극화 등의 인구변동 상황을 고려할 때 3대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고, 이번 정부가 해내지 못하면 실기(失期)하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3대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연금·일·교육은 서로 밀접 연결
부처 협업과 종합 계획은 필수
인구 변동도 충분히 고려해야
교육 개혁의 주체는 미래 세대

첫째, 3대 개혁은 서로 연동되어 종합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 국민의 삶에서 연금·일·교육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만일 연금을 받게 되는 시기가 지금보다 뒤로 가면 일도 더 오래 해야 한다. 정년 시기는 그대로인데 연금 개시만 뒤로 갈 수 없다. 그런데 또 일을 오래 하려면 생산성도 유지되어야 한다.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임금만 오래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도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더 높아지기 위해서 중장년들의 재교육은 필수다. 이처럼 국민 삶의 관점에서 보면 연금·일·교육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다. 현재 연금개혁은 보건복지부, 정년연장을 포함하는 노동개혁은 고용노동부가 담당하고,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은 담당 부처가 불명확하다. 이렇게 각 부처가 분절적으로 개혁 과제를 수행하면 디테일에는 강할 수 있지만, 국민 삶의 맥락을 놓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3대 개혁이 국민에게 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3대 개혁은 반드시 서로 연동되어 종합적으로 준비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명확해야 한다.

둘째, 3대 개혁은 오늘이 아니라 미래의 인구변동을 충분히 고려하여 준비되어야 한다. 노동개혁 중 정년 연장은 더더욱 그렇다. 정년 연장과 관련한 국민의 관심사는 간단하다. 정년이 몇 살로 바뀌고, 언제부터 시작될 것인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때, 인구는 중요한 키를 제공한다. 정년 연장은 청년들의 노동시장과 관련된다. 청년들의 구직난이 심할 때 정년 연장은 어렵다. 그럼 정년 연장의 시기는 청년 구직난이 해소되어야 가능하다는 말인데, 그럴 시기는 인구로 예측이 가능하다. 현재 청년 노동시장은 한 해에 70만여 명이 태어난 1990년대 중반 출생아들이 중심이다. 앞으로 한 해에 40만 명대가 태어난 2000년대 생들이 노동시장에 들어온다. 90년대 생들이 구직 시장에서 벗어나고 그 자리를 2000년대 생이 대신하는 때가 되면 정년 연장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이 사라질 수 있다. 정년 연장이 실행되어야 하는 시점인데, 2030년경이 그때다.

연장된 정년 연령도 미래의 인구 변동을 고려하여 결정될 수 있다. 올해부터 인구절벽이 본격화된다. 앞으로 10년간, 일하고 소비하는 중심 연령인 25~59세 인구가 320만 명이 준다. 현재 부산시 인구가 332만 명이니, 앞으로 10년간 일하고 소비하는 사람이 부산시만큼 없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이 인구는 계속 더 줄어 2040년까지 530만 명이 빠진다. 그렇게 되면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 부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이걸 막기 위해서 일하는 연령의 조정이 필수적인데, 일하는 연령의 상한을 59세에서 몇 살로 옮겨야 일하는 인구가 급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 계산이 가능하고, 그 연령이 바로 연장된 정년이 될 수 있다. 내 계산으로는 65세는 되어야 할 것 같다. 그 정도는 되어야 경제 규모도 유지하고 고령자에 대한 사회부담도 경감이 가능하다.

셋째, 3대 개혁 중 교육 개혁은 교육의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인 미래 세대의 양적·질적인 특성을 고려해서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입제도를 비롯한 교육 분야의 다양한 변화와 개혁을 담당해 온 주체는 교육부 아니면 공급자인 교수와 교사 집단이었다. 주된 수요자가 청소년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번 개혁만큼은 수요자의 입장, 그것도 미래 수요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내년부터 초등학교에는 한해 30만 명대로 태어난 아이들이 입학하고, 2027년부터는 20만 명대로 태어난 아이들이 입학한다. 백년대계인 교육은 20만 명대로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놓고 개혁되어야 한다. 이들은 오늘의 교육 대상과 질적으로 다르다. 전 세계의 문화와 문명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공통분모가 커지는 때에 태어나서 자라나고 있는 이 세대에게 적합한 교육 내용과 방식, 평가 방법, 대학 입시, 대학 시스템 등 교육 생태계 전반을 개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급자 중심의 교육 개혁은 그 자체가 개혁의 대상이다.

3대 개혁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이번 개혁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면 인구변동으로 인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모든 일이 그대로 일어날 것이다. 반대로 이번 개혁이 성공하면 우리의 미래는 급속한 인구변동에도 무난한 연착륙이 가능하다. 우리들의 미래가 기대한 대로 흘러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