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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연금개혁…재정상태 진단 결과 두달 당겨 이달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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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민연금 개혁 시계가 빨라진다. 정부가 개혁안 마련의 근거 자료가 되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발표를 당초 3월에서 이달 중으로 두 달 앞당기기로 하면서다. 이를 토대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가 단일 개혁안을 만들면 국회에서 큰 틀의 연금개혁이 연내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생겼다. 또 인구 정책은 ‘저출산 대응’에서 ‘초고령화 적응’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했다. 고령자가 정년 이후에도 직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제’ 도입을 검토한다.

보건복지부는 9일 2023년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복지부는 ▶촘촘하고 두꺼운 약자복지 확대 ▶생명·건강 지키는 필수의료 강화 ▶지속 가능한 복지개혁 추진 ▶보다 나은 미래 준비 등을 핵심 추진과제로 꼽았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재정적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소득 보장을 3대 원칙으로 연금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연금개혁의 기초가 되는 재정추계 발표를 3월에서 1월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진단한다.

“청년에 희망 줄 연금개혁 할것”…재정누수 건보 대책, 9월 발표

기금이 언제 고갈되고, 그 후 보험료율을 얼마로 올려야 할지 등을 추산한다. 재정계산 마감시한은 3월이고, 이를 토대로 정부는 10월에 연금보험료 조정 등 연금 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한다. 이 차관은 일정을 당긴 것과 관련해 “국회에 구성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1월에 안을 내놓고, 이후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3월까지 (재정추계) 결과를 제출하면 서로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금특위도 추계를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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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관은 “시산 결과를 1월에 국회 특위에 제출하고, 3월에 전체적인 (추계) 결과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출산율·기대수명 등 인구 변화, 국민연금 기금수익률 등을 따져 70년 이후까지 재정 변화를 따지는 게 재정추계라서 도출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정추계가 거의 마무리 단계이며 이르면 이달 중순에 발표할 수도 있다.

정부가 연금개혁에 속도를 올리는 건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강조하는 데다, 개혁의 절박성이 넓게 퍼지고 있어서다. 2018년 연금 4차 재정계산에선 현행 체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경우, 915조원에 달하는 기금이 2057년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면 후세대가 소득의 30%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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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금특위 민간자문위는 ▶보험료 인상 ▶소득대체율 인상 ▶연금 지급 및 의무가입 연령 상향 등의 개혁 주요 의제를 확정하고 특위에 보고했다. 민간자문위는 12, 18일 회의를 열어 세부 주제를 논의한다. 이어 오는 27~28일 1박 2일 ‘끝장 토론’을 벌여 단일 개혁안을 끌어낼 예정이다. 공동위원장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단일 합의안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민간자문위 합의안이 나오면 이걸 토대로 연금특위가 개혁안을 만든다. 특위 활동 기한은 4월이다.

1차 관건은 민간자문위의 단일안 마련이다. 연금개혁안은 두 갈래로 논의됐다. 재정 안정화냐, 노후소득 보장 강화냐다. 이 둘은 국민연금의 치명적 약점이다. 1999년 이후 보험료(소득의 9%)를 올리지 않아 재정이 중병을 앓고 있다. 기금이 소진되지 않으려면 후세대는 소득의 30% 이상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올해 생애 평균소득의 42.5%(40년 가입 기준)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매년 0.5%포인트 내려간다. 게다가 연금 가입 기간이 20년 안팎이라 노후 생계유지에 별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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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로 재정 안정론에 무게

보험료를 올리면 재정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노후소득 보장 기능은 달라지지 않는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재정이 나빠져 보험료를 더 올려야 한다. 다른 방향으로 뛰는 토끼 두 마리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재정 안정을 강조하는 전문가는 보험료 인상에, 노후소득 강화를 주장하는 전문가는 소득대체율 인상에 집중한다. 4차 재정계산 때 양측이 강하게 충돌했고, 이후에도 평행선을 달렸다. 다만 0.81명이라는 낮은 출산율(2021년), 83세의 기대수명 앞에서 재정 안정론이 좀 더 힘을 얻는다. 연금특위 관계자는 “의견이 팽팽하지만,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어느 정도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며 “만약 이번에 단일안을 만들지 못하고 복수안을 내게 될 경우 국회에서 충돌할 게 뻔해 어떡하든 간에 단일안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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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야가 합의안을 만들면 국민연금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 개정에 나선다. 법률이 개정되면 사실상 올해 연금개혁이 마무리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10월 개혁안 마련’이라는 당초 일정은 의미가 축소될 전망이다. 원래 ‘재정추계→정부 개혁안 마련→국회 논의 후 법률 개정’ 순서대로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순서가 바뀌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민연금 개혁을 마무리한 후 내년부터 국민연금·공무원연금의 통합, 퇴직연금 확대 등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종합적 체계 마련 논의를 시작해 현 정권 말기에 연금개혁을 마무리 짓는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연금개혁을 정권 말이나 다음 정권 초기에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수가 재검토…수술·처치 보상 강화”

이날 복지부는 인구 정책을 기존의 저출산 대응에서 벗어나 초고령사회 진입과 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적응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보고했다. 고령화 대비를 위해 고령자 계속고용제, 세대상생형 임금체계 확산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은 정년을 만 65세로 늦추고 기업에 만 70세까지 계속고용을 의무화했는데, 이러한 대책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한편 복지부는 건강보험 개혁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중 건보 지속 가능성 제고 대책을 내놓는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는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마련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수가 보상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수술·처치 부분 보상을 강화하고, 영상검사 등의 과잉된 부분은 조정할 것”이라며 “9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이달 중 어린이병원 사후 적자 보상, 소아응급체계 강화 등 소아진료 지원 방안을 골자로 한 필수의료지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반기에는 기타 적정 치료가 곤란한 분야 지원을 담은 필수의료지원 추가 대책을 공개한다.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도 속도를 내 조만간 의료계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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