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자신의 전당대회 캠프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권 핵심부의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당권 불출마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3·8 전당대회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0석 압승을 위해서는 수도권 121석 중 70석은 확보해야 한다”며 “오직 총선 승리를 이끌 경쟁력만으로 당 대표를 선택해달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저는 영남에 기반을 둔 수도권 3선 의원”이라며 “누구보다 수도권 민심과 중도 스윙보터, 2030 세대의 마음을 잘 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총선 승리를 이끌 차기 당 대표의 3가지 요소로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 ▶수도권 승리를 견인할 대표 ▶공정한 공천을 꼽았다.
그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논란’을 의식한 듯 “(윤석열 후보와) 대선후보를 단일화를 했고,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장이었다. 저는 윤 대통령의 연대보증인”이라며 “윤 대통령이 실패하면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안철수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출마 선언을 마친 안 의원이 퇴장하고 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1/10/6832452a-2622-4cb6-8622-7f4f87cb78e8.jpg)
같은 날 안철수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출마 선언을 마친 안 의원이 퇴장하고 있다. [뉴스1]
안 의원은 당권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나경원 전 의원과 수도권 후보란 점에서 겹친다. 나 전 의원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신분으로 당권을 저울질한다는 여권 핵심부의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먼저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이날 출마선언엔 당권주자 윤상현 의원이 축전을 보냈다. 앞서 안 의원도 윤 의원의 출정식 때 축전을 보냈었다. 윤 의원은 축사에서 “이제 전당대회를 치르며 본격적으로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공동선언문’을 작성할 차례가 된 것 같다”고 말해 ‘안윤연대’를 공식화했다.
‘친윤 대표주자’를 표방한 김기현 의원도 이날 오후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캠프 개소식을 열고 세몰이를 했다. 박수영·이철규·이만희·박성민·배현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4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선 운동 당시 사용했던 대북을 치는 퍼포먼스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축전을 보내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김기현 의원이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나경원
친윤계의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지하는 현역 의원이 한명도 없는 분이 지금 지지율이 조금 높다고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건 결코 바람직한 정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재 의원도 “만약 이런 식으로 정부와 반해서 본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예전의 ‘유승민의 길’ 아니냐”고 직격했다.
당사자인 나 전 의원은 침묵에 들어갔다. 그는 10일 국민의힘 제주도당 당원연수 특강과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본래 기자간담회만 생략하려 했으나, 대통령실과의 논쟁이 계속되자 제주도당 측도 부담을 느끼면서 행사 자체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객관적으로 더 이상 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르면 내일(10일) 중이라도 부위원장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힘의힘 청년당원 100명은 이날 국회에서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윤심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답은 정해졌으니 당원은 정해진 대로 투표나 하라는 식의 ‘답정너 전당대회’는 국민께 큰 실망을 안길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