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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처 “비방·윤리 침해 우려”…‘상의 탈의’ 윤 대통령 그림 철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국회 사무처가 “특정 개인을 비방한다”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소재로 한 그림 등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철거했다.

당초 9일부터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작가 30여 명의 정치 소재 작품을 전시하는 ‘굿, 바이전(展) 인 서울’이 열릴 예정이었다. 전시 작품에는 상의를 탈의한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긴 칼을 휘두르는 작품과 윤 대통령, 김 여사, 천공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함께 그려놓고 영화 ‘헤어질 결심’을 패러디해 ‘대통령실·사저 공사 수의계약 해먹을 결심’이라고 적은 작품도 포함돼 있었다. 전시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양이원영·최강욱·황운하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의원 등 국회의원 12명이 공동주관했다. 대부분이 민주당 강경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사무처는 그러나 공동 주관한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전시 준비를 위해 설치돼 있는 작품을 자진철거 해달라고 요청했다. 사무처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내규를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런데도 작품이 철거되지 않자 사무처는 8일 밤 직접 철거했다. 시정요구와 철거는 민주당 출신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명의로 이뤄졌다.

전시를 공동주관한 민형배 의원 등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살아있는 권력 앞에 무력한 언론권력,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는 사법권력을 신랄하고 신명나게 풍자하는 것”이었다며 “사무처는 이 다짐을 무단철거라는 야만적 행위로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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