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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조사 앞둔 이재명 '제3자 뇌물죄' 판례 20건 넘게 분석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강요’ 사건으로 소환조사를 받는다. 검찰은 “사옥을 짓게 되면 성남FC 후원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2014년 두산건설이 성남시에 보낸 공문 등을 근거로 대가성 입증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이 대표 측은 “법적으로 유리한 사건이다. 이 대표가 할 말 많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017년 10월 17일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병화 두산건설 대표의 차담 모습. 성남시는 공보물을 통해 “두산그룹 성남 이전 의지 확고하다”고 홍보했다. 사진 비전성남

2017년 10월 17일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병화 두산건설 대표의 차담 모습. 성남시는 공보물을 통해 “두산그룹 성남 이전 의지 확고하다”고 홍보했다. 사진 비전성남

'제3자 뇌물죄' 법리 다툼 치열할 듯 

 이 대표는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공지된 출석 예정 시각은 오전 10시 30분이다. 유 부장검사가 직접 이 대표 조사를 맡는다. 이 대표 측에선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이 변호인 자격으로 입회한다. 박 전 고검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검찰국장 출신이다.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혐의를 반박할 계획이라 조사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제3자 뇌물죄’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두산건설, 네이버 등 6개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성남FC 축구단에 총 160억원을 후원하게 했다는 의혹이다. 당초 경찰은 이 후원금이 이 대표 측에 흘러갔을 수 있다고 보고 자금을 추적했지만 그런 흔적을 찾는 데 실패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로선 상대적으로 법리 적용이 까다로운 ‘제3자 뇌물죄’ 혐의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두산건설이 성남시에 보냈던 공문과 인허가 관련 ‘이재명 시장’이 서명된 결재서류를 토대로 이 대표를 압박할 계획이다. 검찰이 확보한 문서에 따르면 두산은 2014년 10월 31일에 “사옥 신축시 (중략) 성남FC 후원 등의 방법으로 공공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귀 시와 혐의해 적극적으로 검토 반영토록 (하겠다)”며 소유 중인 병원 부지를 상업용지로 바꿔줄 것을 성남시에 요청했다.

다음해인 2015년부터 두산건설은 성남FC에 후원금을 입금하기 시작했고, 용도변경도 실현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두산건설 기업유치 관련’ 성남시 내부 보고서를 승인한 서류도 확보했다. 네이버(제2사옥 신축 인허가 혜택) 등 다른 기업과 관련해서도 유의미한 관계자 진술이 있었다고 한다.

검찰 "160억 후원금 일반적이지 않아"… 혐의 입증에 자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환조사를 하루 앞둔 9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포토라인을 설치돼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환조사를 하루 앞둔 9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포토라인을 설치돼 있다. 뉴스1

결국 검찰 조사는 법정에서 맞붙을 대가성 인정여부를 둘러싼 전초전 성격을 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160억원에 이르는 후원금 총액과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 인허가 등 기업에게 제공한 혜택의 수준이 통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측근이었다가 재판 시작 이후 태도를 바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성남FC 후원이 광고 목적이었겠나. 경기당 관중 수가 1등인 구단도 1억원짜리 광고 한 번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제3자 뇌물죄’ 판례를 20개 이상 참고해 검찰 논리에 대비했다고 한다. 법률 조언을 담당하고 있는 당 관계자는 “공무원(이 대표)과 제3자(성남FC)가 특수 이해관계가 있는 사적 관계여야 뇌물죄가 성립하는데, 시장의 시민 축구단 운영은 누가 봐도 공적 관계”라고 말했다. 또 검찰이 확보한 두산건설-성남시 간 공문 등에 대해선 “기업의 후원은 사회공헌 일종으로 해당 지자체와 사전 논의는 일상적인 행위”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K스포츠 재단’ 유죄 판결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성곡미술관’ 무죄 판결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후원한 것과 관련 제3자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반면 변 전 실장은 신정아씨가 일하던 미술관에 기업 10여곳이 8억 5000만원을 내게 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해당 부분에 한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직무집행과 무관한 다른 동기로 제3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경우엔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결국 '대가성'이 핵심이다. 기업들이 성남시가 어떤 혜택을 줄지 정확히 알았고, 이를 노리고 후원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인사는 “대가성은 결국 돈을 낸 기업들에게 어떤 혜택을 왜 줬느냐의 문제”라며 “뇌물 제공 혐의를 받는 이 대표가 성남FC 후원금을 통해 정치적 명성 또는 인지도를 키웠다고 볼 수 있는지도 대가성 인정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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