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숨진 '빌라왕'은 바지 사장…배후엔 분양 컨설팅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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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뉴스1

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뉴스1

경찰이 제주에서 사망한 ‘40대 빌라왕’ 정모씨의 배후 세력을 입건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망한 임대인의 배후가 최근 확인돼 수사 중”이라며 “유사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정씨는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등에서 빌라 240여 채를 ‘무자본 갭 투자’로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7월 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무자본 갭 투자는 자기 자본 없이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을 밑천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정씨 사망 후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정씨의 배후로는 ‘분양 컨설팅업체’가 지목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빌라왕들은 위상이 다른데 바지사장인 경우도 있고, 주체인 경우도 있다. 정씨는 바지 집주인에 가깝고 컨설팅업체가 실질적인 주인으로 보인다”며 “컨설팅업체가 다른 빌라왕들 몇 명을 동원한 것도 확인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30대 신모씨가 대표로 있는 한 부동산중개법인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 법인이 부동산 공인중개사, 세입자들과 접촉하며 실질적으로 빌라 전세사기를 주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 등 이른바 빌라왕들이 컨설팅업체 측에 사실상 빌라 소유자 명의만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정씨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리인이 위임장을 들고 다니며 매매·임대 계약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실제 거래 주체가 누구인지 추적한 끝에 해당 컨설팅업체의 존재를 파악했다. 실제로 정씨 명의의 빌라에 입주해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 상당수도 중앙일보에 “신씨 업체 소속 직원이 대리인으로 나와 전세 계약을 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정씨 외에 다른 '빌라왕'들에게도 배후 세력이 있었는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빌라·오피스텔 등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또다른 빌라왕 김모 씨 사건과 관련해서도 건축주와 분양대행업자 등 관련자 5명을 입건해 계좌 등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한편, 윤 청장은 전세사기 특별단속 현황에 대해 “무자본 갭투자 포함해서 총 399건, 884명을 검거했고 그중에 83명을 구속했다”며 “경기남부경찰청에서 3400여채를 보유한 임대인 관련 사건에 대해 5명을 구속했고, 서울청과 광주청에서도 각각 400채, 600여채 보유한 임대업자 3명을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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