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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매매 추락했던 코미디언…그녀 인생 바꾼 '김정은 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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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 마거릿 조(54)가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과거 겪었던 학교 폭력과 차별 경험을 털어놨다. 사진 가디언

미국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 마거릿 조(54)가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과거 겪었던 학교 폭력과 차별 경험을 털어놨다. 사진 가디언

“저를 괴롭혔던 무리 중 한 명이 맨 앞줄에 앉아 있더라고요. 저에게 친한 척 하길래 물었죠. ‘누구세요?’”

미국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사회 운동가인 한국계 마거릿 조(54)가 어린 시절 겪었던 차별과 학교 폭력 경험을 털어놨다.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마약 투약, 섭식 장애 등 평탄치 않은 삶이 계속됐지만, ‘코미디언이 되는 꿈’이 자신을 지탱했다고 말했다.

1968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10대에 겪었던 정체성 혼란과 폭력 경험을 고백했다. 그는 가디언에 “부모님은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했고, 학교에선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며 “(그들에게) 저는 이상한 한국 아이일 뿐, 차이는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훗날 자신의 쇼를 보러 온 동급생을 모른 척했던 이유였다. 그는 “아직도 계속되는 악몽 속에서 그들에게 ‘누구냐’고 외치곤 한다”고 말했다.

마거릿 조는 ″가끔은 진실을 말하는 바보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며 풍자적 코미디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사진 마거릿 조 홈페이지

마거릿 조는 ″가끔은 진실을 말하는 바보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며 풍자적 코미디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사진 마거릿 조 홈페이지

그는 타국에서 생계를 잇느라 바빴던 부모 때문에 풍족하게 자라지 못했다고 한다. 가난한 시절을 떠올리며 병원에서 기생충 검사를 받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조는 “기생충을 처음 본 미국인 의사가 그것을 보관해도 되냐고 물어봤다”며 “아직도 제 이름과 함께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소수자로 살아야 했던 환경은 그를 오랫동안 방황하게 했다. 조는 “10대 때 마약을 했다”며 “내 인생의 부끄러움”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학교에 나가지 않아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기도 했고, 성매매 업체에서 일하기도 했다.

마거릿 조가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 사진 마거릿 조 홈페이지

마거릿 조가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 사진 마거릿 조 홈페이지

크고 작은 풍파 속에서도 그가 놓지 않은 건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이었다. 그는 10대에 코미디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경험을 “삶을 바꾼 순간”이라고 소개했다. 학교에서 나온 뒤 샌프란시스코의 극장을 돌며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올랐다. 약물 중독, 섭식 장애, 양성애 등 자신의 삶에서 겪은 시련을 소재로 삼았다. 조는 “한 번도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는 것에 의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0년 직접 제작하고 주연한 영화 ‘내 멋에 산다(I'm The One That I Want)’는 그 꿈이 응집된 결과물이다. 94년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던 ABC 시트콤 ‘올 아메리칸 걸(All American Girl)’이 시청률 저조로 조기에 종영되자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가, 무대에 다시 서면서 재기에 성공했던 일련의 과정을 그렸다. 우울증으로 약에 의존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던 시간은 유머 소재가 됐다. 그는 “가끔은 진실을 이야기하는 바보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시트콤 '30 락(rock)'에서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 복장을 한 마거릿 조. 사진 마거릿 조 홈페이지

시트콤 '30 락(rock)'에서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 복장을 한 마거릿 조. 사진 마거릿 조 홈페이지

국내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2011년 코미디 프로그램 ‘30 락(rock)’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 분장하고 출연하면서였다. 그는 이 역할로 이듬해 TV 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평가받는 에미상에서 게스트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2015년엔 미 골든글로브 무대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복장을 하고 나오기도 했다.

조는 성 소수자, 인종 차별, 성폭력 등 사회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2015년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해시태그 운동 ‘#isurviveandTHRIVE(나는 이겨냈고 잘살고 있다)’를 펼쳤고, 지난해엔 영화 ‘파이어 아일랜드(Fire Island)’에서 주연을 맡아 성 소수자이자 아시아계 미국인의 삶을 연기했다. 그는 “사회 운동은 나를 설명하는 큰 부분”이라며 “소외된 이들이 죽어가는 지금, 각종 문제와 맞서 싸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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