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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아픈 손가락', 금손 되나…하만, 6년만에 최대 실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와 하만이 CES 2023에 선보인 '레디 케어' 솔루션. 운전자의 주의가 흐트러질 때 소리와 조명 등으로 경고해주고,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해 최적의 경로를 제안한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하만이 CES 2023에 선보인 '레디 케어' 솔루션. 운전자의 주의가 흐트러질 때 소리와 조명 등으로 경고해주고,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해 최적의 경로를 제안한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자회사인 전장(電裝)·오디오 업체 하만이 삼성전자에 인수된 지 6년 만인 지난해 최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기대 이하의 실적으로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것을 생각하면 존재감이 커진 셈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해 4분기 매출 3조2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으로는 매출 12조5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을 8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9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진행한 최대 인수합병(M&A)이었다.

하지만 하만의 영업이익은 2016년 6800억원을 기록한 뒤 이듬해엔 574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이후 1617억(2018년)→3223억원(2019년)으로 회복 기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다시 뒷걸음질해 2020년 555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만은 이후 사업구조 재편에 집중했다. 100여 개에 달하던 자회사를 통폐합했고, 미주 커넥티드 서비스 법인을 폐쇄하는 등 조직도 슬림화했다. 2021년 하만은 매출 10조4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반등했다. 수익성과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지난해엔 ‘삼성전자 가족’이 된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등 기존에 강점을 지닌 전장부품 매출이 늘어난 데다 프리미엄 오디오 부문에서도 수익성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지난해 3분기 현재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콕핏(운전자 주변 통합 시스템) 등 미래 자동차용 통합 솔루션이 더해지면 더 큰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올해 소비자가전쇼(CES) 2023에서 하만은 삼성전자와 함께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Ready Care)’를 선보였다. 새로운 차량 내 탑승자 경험(ICX)을 추구한다는 게 하만 측 설명이다. 레디 케어는 운전자 보조기능(ADAS)이 작동할 때 운전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으로 이미 복수의 완성차 업체에 납품이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CES 2023에서 선보인 '레디 튠'. 음악의 장르와 어울리는 장소,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같은 음성 콘텐트에 맞게 몰입감 있는 개인 맞춤형 사운드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하만이 CES 2023에서 선보인 '레디 튠'. 음악의 장르와 어울리는 장소,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같은 음성 콘텐트에 맞게 몰입감 있는 개인 맞춤형 사운드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 삼성전자

레디 케어는 차량 내 카메라·센서와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 상태를 판단하고 필요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운전자가 졸리거나 주의가 흐트러지면 경고 메시지와 조명, 공조장치 등으로 집중력을 높여준다.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의 심박 정보를 바탕으로 차가 밀리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적은 운전 경로를 제안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통합 시스템 반도체(SoC), AI용 엣지컴퓨팅 솔루션(클라우드에 연결되지 않아도 자동차·전자기기 등 단말에서 인지·판단이 가능한 기능) 등 전장 기술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하만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B&O), JBL 등과 자동차·TV·스마트디바이스 등의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다만 이 같은 실적 반등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가전 등 삼성전자의 주력 분야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하만의 호성적은 분명 위안이 된다”면서도 “냉정하게 보면 7년 전 하만 인수를 결정했을 때 기대했던 ‘큰 그림’이 아직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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