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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푸틴 편"vs"러, 中 종속될 것"…우크라전 상반된 전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24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푸틴의 전쟁범죄를 멈춰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들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4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푸틴의 전쟁범죄를 멈춰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들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다음 달 24일 발발 1주년을 맞지만 종료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양측 모두 출구전략을 모색하기보다 끝 모를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전황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美 前국무·국방 “시간은 푸틴 편…이대로면 우크라 불리”

지난 2007년 러시아를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나란히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07년 러시아를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나란히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쓴 공동 기고문에서 “시간은 우크라이나 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금까지도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통제에 두거나 독립국 지위를 파괴하는 데에만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공동 기고에서 ″푸틴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는다고 확신한다”며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공동 기고에서 ″푸틴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는다고 확신한다”며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두 전 장관은 “우리는 푸틴을 여러 차례 상대했고, 그가 시간이 그의 편이라고 믿는다고 확신한다”며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꺾을 수 있고, 미국과 유럽의 단결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결국 무너지고 분열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5∼2009년 국무장관, 게이츠 전 장관은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인 2006∼2011년 국방장관을 각각 지내며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8년 기다린 푸틴…휴전은 러시아만 좋은 꼴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들은 푸틴의 인내심이 일반적인 예상보다 더 크다고 봤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장악한 이후 이번 침공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자신의 운명을 이루려는 푸틴이 인내심을 가질 것이란 점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에게 패배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을 양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올해 군사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흑해 연안의 나머지 지역을 장악하고 돈바스 지역 전체를 통제한 다음 서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새로운 공세를 위한 출발점인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계속 통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대로라면 불리해질 거라고 봤다. 두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군사 능력과 경제는 서방, 주로 미국의 생명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며 “만일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맞서 획기적인 돌파구나 승리를 내지 않을 경우 향후 수개월 사이 휴전 협상을 해야 한다는 서방의 대(對)우크라이나 압박은 커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의 휴전은 언제든 침공을 재개할 수 있도록 러시아군을 강력한 위치에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같은 우려를 막기 위해선 우크라이나에 특단의 지원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금 필요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추가적인 군수품, 무엇보다 기동 장갑무기를 제공하려는 미국과 동맹의 결정”이라며 “미국을 대신해 독일 등 동맹이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장거리 미사일, 최첨단 드론, 더 많은 정찰ㆍ감시 능력을 몇 주 내에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러시아, 우크라전으로 붕괴…중국에 종속될 것”

알렉산더 모틸 미국 럿거스대 정치학과 교수는 7일(현지시간)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포린폴리시 홈페이지 캡처

알렉산더 모틸 미국 럿거스대 정치학과 교수는 7일(현지시간)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포린폴리시 홈페이지 캡처

반면 이번 전쟁에서 고전하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국가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알렉산더 모틸 미국 럿거스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포린폴리시(FP)에 ‘지금이 러시아의 붕괴를 준비할 적기’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모틸 교수는 나폴레옹의 패전 이후 프랑스, 오스만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의 붕괴 사례를 열거하면서 “전쟁이나 혁명, 경제 위기 등의 사건이 발생한 뒤에 국가가 붕괴한 사례가 역사에 많이 있다”며 현재 러시아 역시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패배하는 것이 분명해지면 러시아에서 벌어질 다양한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있는 건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내놓은 뒤에 극우 국가주의자와 권위주의적인 보수주의자, 반(半)민주운동 그룹 간의 지독한 권력투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체제 붕괴되면 핵무기로 내전 벌일수도”

지난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한 시민이 러시아 경찰에 붙잡혀 끌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한 시민이 러시아 경찰에 붙잡혀 끌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면서 러시아 연방의 분열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누가 이길지 모르지만 권력 투쟁은 러시아 체제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체제와 경제가 오작동하면서 불만있는 러시아 사람들이 시위에 나서고 러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비(非)러시아 지방 정부들이 더 큰 자치권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봤다. 모틸 교수가 후보로 든 곳은 타타르스탄, 바시코르토스탄, 체첸, 다게스탄, 사하 공화국 등이다.

내전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의 붕괴는 몇 개의 내전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마를렌 라뤼엘 미 조지워싱턴대 정치학자의 발언과 함께 “러시아가 해체되거나 전략 정책 능력이 파괴될 경우 러시아 영토는 진공 상태가 되면서 내부 세력들끼리 핵무기 등을 통한 폭력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도 인용했다.

만일 이런 혼란을 수습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모틸 교수는 “만약 러시아가 내부 혼란에서 생존하더라도 중국에 종속된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가진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모틸 교수는 “러시아는 푸틴의 초(超)중앙집권적인 정치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취약성, 러시아 석유 경제의 총체적 부실, 사회 곳곳의 부패 등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인 불안정이 점증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의 패전이 낡은 나무에 불을 붙이는 불꽃이 돼 러시아 체제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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