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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 보호구역인데...공무원 협박해 축구장 넓이 '수상레저' 시설 지은 업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 가평지역 최대 수상레저 시설 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업체 회장·대표, 전·현직 공무원, 지역지 기자 등 14명과 해당 법인 2곳을 재판에 넘겼다.

청평호 일대 불법으로 지어진 수상레저 시설. 사진 의정부지검

청평호 일대 불법으로 지어진 수상레저 시설. 사진 의정부지검

청평호 일대에 불법으로 지어진 수상레저 시설은 본래 강제 철거 대상이었다. 이 지역은 2000만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인 상수원 보호구역이어서 각종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상레저 업체 관계자들은 2019년 5월 (공무원 출신) 브로커와 지역지 기자를 통해 공무원들에게 청탁·압력을 넣어 오히려 축구장보다 넓은 수면을 독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해당 업체가 불법 영업으로 벌어들인 약 100억 원을 범죄수익으로 환수하기로 했다. 또 “수상레저 업체 회장 A씨(60)와 대표 B씨(40)를 강요, 공무집행방해, 제3자뇌물교부, 배임증재, 하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과 9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청탁받은 지역지 기자 C씨(63)와 공무원 출신 브로커 2명은 각각 배임수재, 제3자뇌물취득,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사건과 연루된 전·현직 공무원 4명과 지역지 기자 2명, 업체 임직원 3명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청탁금지법 위반, 건축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됐다.

청평호 일대 수상레저 시설 인허가 비리 개요. 사진 의정부지검

청평호 일대 수상레저 시설 인허가 비리 개요. 사진 의정부지검

검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2018년 12월부터 북한강 청평호에 초대형 수상레저 시설을 불법으로 짓고 주변 나무를 마구 베거나 준설했으며 무허가 음식점도 운영해 하천법, 한강수계법, 산지관리법, 건축법 등 11개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이 시설이 불법 구조물이라는 것을 파악했던 가평군은 업체의 청평호 이용을 허가하지 않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뒤 강제 철거까지 계획했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지역지 기자, 브로커 등에 4900만원~1억1000만원가량의 돈을 주며 공무원들에게 회유·청탁을 의뢰했고 담당 공무원을 직접 협박하기도 했다. 결국 공무원들은 기존 불허 입장을 번복하고 독점 사용권을 허가해줬다.

검찰에 따르면 개발업체의 무단 벌목, 불법 하천 준설 등으로 한강 식수원 수질이 오염됐고 수자원 환경도 훼손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지역개발 인허가권을 둘러싸고 개발업자, 브로커, 지역지, 지자체가 유착해 공공수역을 사유화하고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한 토착 비리 사건”이라며 “앞으로도 지방자치단체의 구조적 비리를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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