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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봉현 "재판부 기피 기각…중형 피하려고 도망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8일간 도주극을 벌이다 최근 검거된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찰에 “중형(重刑)을 피하려고 도망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9일 파악됐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 서울남부지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 서울남부지검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는 지난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씨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도주 하루 전 1심 재판부에 대한 법관 기피신청이 기각된 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도주를 결심했다”는 취지로 도주 이유를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했다고 한다. 재판부가 자신이 제출한 증거나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 부당하다며 법관 기피를 신청했지만, 곧바로 기각당하자 향후 판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걱정했다는 것이다.

당초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지난해 7월 20일 법원의 보석 허가로 석방됐다. 하지만 다른 사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도주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해 10월 26일 보석 취소를 청구했고, 김씨 측은 지난해 11월 8일 법관 기피신청을 냈다. 하지만 김씨 횡령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는 재판 초기 이미 법관 기피신청을 한 차례 냈다가 기각당한 김씨 측이 소송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으로 재차 기피신청을 낸 것으로 판단하고 이틀 만에 이를 기각했다.

 김씨는 도피 이후 검거되기까지 줄곧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한 아파트 한 곳에만 머물며 외출을 일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러나 김씨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보고 객관적 증거를 통해 신빙성을 따져볼 계획이다. 해당 은신처는 그의 오랜 지인이 단기 월세로 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씨의 조카와 누나, 누나의 애인, 지인(연예기획사 관계자) 등 이미 구속기소하거나 인터폴 적색수배(누나) 중인 인물 외에 복수의 추가 조력자가 있고, 김씨가 은신처로 향하는 동안 이동 구간별로 각기 다른 여러 명이 가담한 정황도 포착했다. 다만, 추가 조력자로 지목된 이들이 실제 범인은닉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선 법리 검토를 통해 입건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라임 사태'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보석 중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한 지 11일이 지난 지난해 11월 22일 그의 도주 당일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사진 등을 공개하고 지명수배를 벌였다. 사진은 도주 당일 서울 개포동 자택을 나서는 김씨. 연합뉴스

검찰은 '라임 사태' 주범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보석 중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한 지 11일이 지난 지난해 11월 22일 그의 도주 당일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사진 등을 공개하고 지명수배를 벌였다. 사진은 도주 당일 서울 개포동 자택을 나서는 김씨.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이자 1조6000억원대 라임 환매중단 사태 주범으로 지목된 김씨는 라임 투자금과 수원여객 회삿돈 등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재판을 받던 중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에서 전자팔찌를 끊고 도주했다. 지난해 11월 11일 1심 결심공판을 약 1시간 30분 앞두고서였다. 검찰은 검거전담팀을 꾸려 48일간 50회에 걸친 압수수색, 100여명에 대한 통신내역 분석, 잠복·탐문 등으로 추적한 끝에 지난해 12월 29일 김씨가 숨어 있는 동탄의 한 아파트를 급습해 김씨를 붙잡았다.

한편, 김씨가 전자팔찌를 훼손한 혐의(공용물건손상)는 일단 서울경찰청이 수사한다. 지난해 9월 개정된 검찰청법 시행령은 공용물건손상죄를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패범죄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지만, 검찰은 법무부 서울보호관찰소가 지난해 11월 경찰에 김씨 수사를 의뢰한 점을 고려해 경찰 수사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김씨 조카를 김씨의 공용물건손상 혐의 공범으로 직접 수사해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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