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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시간만에 생환한 '봉화광부'..."울릉도로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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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바다 여행을 가고 싶다" 

지난해 11월 박정하씨가 병원 로비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박정하씨가 병원 로비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4일 오후 11시 3분 지하 갱도에 매몰된 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광부 박정하씨. 그는 구조 직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족과 바다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생환 광부가 가장 절박한 순간 소원을 이루게 됐다. 경북지역의 한 선박회사(울릉크루즈)가 박씨와 그 가족의 바다 여행 후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박씨와 가족 14명은 오는 12일 포항 영일만에서 울릉도로 출발한다.

박씨 일행은 크루즈를 타고 울릉도에 도착해 14일까지 전세 버스로 울릉도 주요관광지를 돌아본다. 나리분지에서는 가족의 새해 소망을 담은 대형 눈사람을 만들 예정이다. 울릉도 겨울 특미 방어회와 울릉도 산나물로 가족 만찬도 즐길 계획이다.

박씨는 “칠흑 같은 갱도 속에서 가족과 바다 여행을 상상하며 견뎠는데, 그때 그 소원을 이룬 것 같아 마음이 설렌다.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생환 광부의 바다 여행을 후원한 울릉크루즈 조현덕 대표는 “절망을 이기고 생환한 박씨는 우리에게 감동과 희망을 줬다. 절박한 순간 간절했을 소망을 들어줄 수 있음이 그저 영광이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경북 울릉군 도동항 주변이 흰눈으로 덮여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경북 울릉군 도동항 주변이 흰눈으로 덮여있다. 뉴스1

아직 트라우마 치료 중 
박씨는 구조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지금도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다. 27년 차 광부인 그는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5시 38분 경북 봉화 아연 광산 제1 수직갱도 190m 지점이 무너지면서 입사한 지 나흘 된 후배 광부와 함께 막장에 고립됐다. 커피믹스와 지하수로 연명하며 구조를 기다렸다. 박씨 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221일을 버틴 끝에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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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최근 '중앙선데이'와 인터뷰에서 새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죽음의 문턱에서도 희망이 찾아오더라고요. 2022년도 참 힘든 한 해였습니다. 늘 희망차고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 새해에도 아마 이 힘든 것을 똑같이 겪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웃음을 잃지 마시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신다면 저처럼 새로운 빛, 희망을 다시 마주할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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