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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한벌에 100만원? 부산 사립초 고가 논란에 "부·명예 상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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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이번에 부산에 있는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이번 신입생부터 맞춤 양복집에서 교복을 맞춘다고 해서 치수를 재고 왔어요. 그런데 교복 한 벌 값이 100만원을 넘어요. 아무리 사립학교라지만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교복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연합뉴스

교복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연합뉴스

부산 A사립초등학교 자녀 입학을 앞둔 학부모 하소연이다. 이 학부모는 “지난해보다 가격이 3배 넘게 올랐다. 여벌이 필요하니 적어도 2벌은 맞춰야 하고, 성장이 빠른 시기여서 교체 시기도 잦을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특별 제작’ 내세워 교복 가격 폭등

9일 이 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전한 교복 가격 관련 공지를 보면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부터 새로운 교복을 입는다. 교복 안내표에 적힌 금액은 한 벌당 남학생 105만원(재킷ㆍ바지ㆍ셔츠), 여학생은 107만원(재킷ㆍ원피스ㆍ셔츠)이다. 학교측은 이런 복장을 반드시 입도록 했다.

이밖에 ‘선택항목’으로는 남학생은 ▷보타이(2만원) ▷조끼(7만원) ▷카디건(9만8000원), 여학생은 ▷프릴(2만원) ▷바지(23만원) ▷조끼(7만원) ▷카디건(9만8000원) 등이다. 해당 학교 측은 보타이와 프릴은 입학식 때 제공한다고 설명하며 “맞춤 제작인 관계로 시간이 무척 걸리니 서둘러 준비하시길 바란다”고 안내했다.

올해 들어 교복 가격이 크게 오른 데 대해선 “한 명 한 명 맞춤 수작업으로 만든다. 유명 한복 디자이너가 직접 (교복에) 수놓은 자수는 부와 명예·건강·장수 등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특별하게 제작된 것”이라고 했다. 일부 학부모는 이 같은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개했다. 이에 “사립학교에 보내려면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말과 “교복을 자주 새로 맞춰야 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는 과한 가격”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폭등한 초등 교복값, 제재 근거 없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주관 교복 구매 제도’ 등에 따라 매겨진 올해 부산지역 교복 가격 상한선은 31만4000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2%가량 상승한 가격으로, 전국 17개 시ㆍ도 교육청 관계자들이 논의 끝에 결정한 가격이다.

고가 교복 논란에 휩싸인 A초등학교는 이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을 산정했지만, 제재 근거는 없다. 교복 가격 안정화를 위해 도입한 학교 주관 구매 제도는 학교가 가격 상한선 등을 지켜 교복 구매를 주관하면 교육청이 교복비용을 지원하는 형태다.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입찰 공고를 내고, 이에 따라 납품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초등학교는 교복 대신 평상복을 입는 경우가 많아 이 제도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부산에 교복을 입는 초등학교는 6곳”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교육청이 A초등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5개 학교 인근 교복사 등을 대상으로 문의한 결과 올해 이들 학교에 서는 한 벌당 30만원 안팎 수준의 교복 가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논란 일자 교복가격 재검토' 

다만 고가 교복과 관련해 학부모 민원이 잇따르자 부산 서부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가 최근 A초등학교를 방문했다. 해당 장학사는 “A초등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복 가격 책정에 대한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구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했다. 교복을 입어야 하는 입학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간담회는 이달 중순쯤 열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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