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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로 넘어오는 美 공장들, 중국 벗어나기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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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미국의 유통업체 월마트가 직원들의 유니폼 5만 여벌을 기존 중국 업체가 아닌 멕시코 의류업체 '프레스로'에서 사들였다.

미중 갈등과 팬데믹으로 공급망 불안정을 겪은 뒤, 중국발 리스크를 줄이려는 미국 기업의 움직임이 가시화된 사례다. 지난 1일,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2021년 미국 투자자들은 기업 인수와 프로젝트 자금 공급 등을 위해 중국보다 멕시코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며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 기업들이 인접한 멕시코의 공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팬데믹 이전, 중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를 미국까지 운송하는 데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다면 이후에는 약 2~3배의 기간이 소요됐다. 물류 수송 비용도 급격히 치솟았다. 무엇보다 산업이 올 스톱됐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화 기조 속에서 각국은 자동차와 가전 등을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해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며 "기업들은 ‘가장 싸고 쉬운 공급망(Just in Time)’보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공급망(Just in Case)’으로 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에 외국인 직접투자액(2022년 상반기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49.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 독립의 천사 광장 [사진 셔터스톡]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 독립의 천사 광장 [사진 셔터스톡]


美 인접 국가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 '멕시코'
미국에 육로로 물품 운송 가능, 중국보다 30% 저렴한 노동력 

미국 정부는 공급망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으로 공급망을 자국으로 이전하는 온쇼어링(Onshoring), 주변 국가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동맹·동반국과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를 수차례 언급하며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 재편에 나섰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주요 기업 중 81%가 한 공급 업체에서만 부품을 조달하지 않고, 두 곳 이상으로 대상을 넓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 생산에서 최종 소비자에 도달하기까지 기업의 입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 단계별로 최적화된 가치를 추구하는 것

본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온쇼어링이 리스크를 제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테지만, 선진국의 경우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이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니어쇼어링이 주목받게 된 것.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추진하며 미국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들의 아시아 소싱을 줄여 나가고 있다. 대안 국가로 라틴아메리카가 떠올랐다. 가장 많은 니어쇼어링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 섬유, 전자제품, 제약 및 재생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북미 지역으로 생산 공장을 이전했다. 그중에서도 미국과 2000마일의 국경을 공유해 육로로 물품 운송이 가능하고, 임금수준이 중국보다 30%가량 저렴하고, 타 북미 국가 대비 ¼수준인 멕시코가 반사 이익을 가장 많이 봤다. 지난해 4월, 미국 장난감 제조사 마텔은 멕시코에 제조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공급망을 구축한 미국 제조기업은 2020년 대비 6배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멕시코중앙은행(Banxico)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1년 7월~22년 7월 사이 16%의 기업이 니어쇼어링으로 인한 수요나 외국인 직접투자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투자는 미국과 인접한 북쪽 국경지대(몬테레이, 티후아나, 께레타로 등)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주개발은행(IDB)은 니어쇼어링으로 인한 멕시코의 잠재 이윤이 350억 달러(약 44조 5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멕시코 GDP의 약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멕시코는 제조업 활성화 제도 IMMEX 프로그램***에 등록한 외국 기업에게 부가세 16.5% 면제, 저렴한 임대료, 물과 전기 사용료 지원을 보장하며 멕시코로의 공급망 이전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2024년까지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부품과 소재를 50% 이상, 2028년부터는 100%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동차에만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법
***IMMEX 프로그램: 일명 마낄라도라(Maquiladora)라고 하며, 수출용 상품의 제조 목적으로 고정자산 및 소재·부품을 임시 수입할 수 있게 부가세를 면제해 주고 관세 관련 유예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


중국, 정말 타격 클까? 

미국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사진 셔터스톡]

미국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사진 셔터스톡]

공급망 불안정을 겪은 미국은 앞으로도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의 온쇼어링, 니어쇼어링을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이 중국에 큰 타격을 입힐까?

미국은 중국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보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몇 십년 간 중국에 뿌리 내린 기반 시설 등을 모두 옮겨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또한 "멕시코가 광범위한 상품을 지배적으로 공급하는 중국의 위치를 대체할 능력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많은 산업 분야는 중국으로부터 기본 소재·원료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섬유는 멕시코에서 구할 수 없다. 이 밖에도 원자재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산업 분야가 대다수다.

게다가 멕시코 내 부패한 사법 제도, 범죄,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 급격한 규제 변화, 불안정한 시장 등 단기간 개선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자국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낮은 임금 체계로 인한 저소득, 학습 기회 부족 등은 고학력, 고숙련 인재의 부재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국가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멕시코 내 항구 등 인프라 부족도 문제로 지적됐다. 세계 공급망이 정상화되면 멕시코가 생산 기지로서의 가치를 잃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최근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크게 완화한데다, 물류비용 상승을 야기했던 선박 운송 비용도 1년 사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잘 갖춰진 기반 시설과 풍부한 원료 및 재료, 노동력 덕에 니어쇼어링으로 인한 타격을 입는 데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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