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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흔들렸다" 신고만 104건…한밤 수도권 깨운 '강화 지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오전 1시 28분 인천 강화군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수도권 전역에 긴급재난문자가 송출됐고, “벽이 흔들렸다”는 등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만 104건이 접수됐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28분 인천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9㎞로 파악된다. 강화군 교동관측소(GDS5)에서 약 4초 만에 지진이 관측됐고, 최초관측 9초 후 지진 속보가 발표됐다. 긴급재난문자방송은 지진 속보의 추정 규모와 위치를 기반으로 진앙반경 80㎞ 이내인 인천, 경기, 서울 등 수도권 전역에 송출됐다. 이후 규모 1.2의 여진이 한 차례 발생했다.

기상청은 당초 지진파 중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P파를 토대로 규모를 4.0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분석을 거쳐서 규모를 3.7로 조정해 발표했다.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에서 비상 근무자들이 강화 지진을 분석하고 있다. 기상청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에서 비상 근무자들이 강화 지진을 분석하고 있다. 기상청

“문자 오고 바로 지진 느껴”…유감 신고 잇따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지진은 육지에서 25㎞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해역에서 발생했다. 서울에서도 흔들림이 느껴질 정도로 수도권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은 오전 3시를 기준으로 서울 33건, 인천 25건, 경기 45, 강원 1건 등 총 104건의 유감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문자 오고 바로 지진을 느꼈다”“벽이 흔들렸다”는 등 재난 문자를 받고 동시에 흔들림을 느꼈다는 글이 잇따랐다.

이번 지진은 인천 지역에서 최대계기진도 4, 경기 지역 3, 서울 지역 2가 기록됐다. 계기진도는 지진 전파에 따라 흔들리는 정도를 등급별로 수치화한 값이다. 계기진도 4는 ‘실내의 많은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고, 밤이면 사람들이 잠에서 깨기도 하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다. 계기진도 3과 2는 각각 ‘실내, 특히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현저하게 흔들림을 느끼며 정지한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와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반경 50㎞ 지진 중 가장 강력…역대 81위

이번 지진 진앙 반경 50㎞ 이내서 발생한 규모 3.0 이상의 지진(주황색)들. 별표는 이번에 발생한 규모 3.7 지진. 기상청

이번 지진 진앙 반경 50㎞ 이내서 발생한 규모 3.0 이상의 지진(주황색)들. 별표는 이번에 발생한 규모 3.7 지진. 기상청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서 규모 3.0 이상 지진이 발생한 건 새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1일 이후 약 40일 만이다. 규모 3.5 이상 지진은 지난해 10월 29일 충북 괴산군에서 규모 4.1 지진이 일어난 뒤 두 달여 만이다.

이번 지진은 기상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의 규모 기준으로 81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진앙 주변 50㎞ 이내로 범위를 좁히면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규모 3.0을 넘는 지진도 이번 지진을 포함해 5번밖에 없었다. 과거 백령도나 연평도 등 인천 먼바다에서 규모 4.0 이상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적은 있지만, 인천과 가까운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한 건 이례적이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북북동-남남서 또는 동남동-서북서 방향의 주향이동단층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주향이동이란 단층면을 중심으로 양쪽 땅이 수평 방향으로 엇갈리면서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괴산 지진도 마찬가지로 주향이동단층에 의해 발생했다.

이호만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이번 지진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이기 때문에 단층 구조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진의 원인에 대해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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