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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에 찍힌 마윈, 결국 앤트그룹 지배권 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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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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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이 자신이 세운 핀테크 회사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잃었다. 이로써 앤트그룹을 두고 2020년 10월부터 이어진 중국 당국과 마윈의 힘겨루기는 마윈의 패배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앤트그룹은 지난 7일 홈페이지에 ‘회사 거버넌스 지속 개선에 관한 공고’를 올리고 앤트그룹 주요 주주의 의결권이 변화했다고 발표했다. 앤트그룹은 “마윈 등 4명이 지분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던 것에서 추가로 앤트그룹 경영층과 사원 대표 등을 합쳐 10명의 자연인이 주요 주주로서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정으로 앤트그룹의 의결권 50% 이상을 실질적으로 보유했던 마윈의 의결권이 개인 지분 6.2%로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마윈은 이전엔 자신이 지배권을 가진 다른 법인을 통해 앤트그룹의 의결권을 보유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앤트그룹을 통제할 수 있었다.

앤트그룹은 2020년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에 상장해 약 350억 달러(약 44조원)의 자금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마윈이 상하이의 한 포럼에서 “중국 은행은 전당포식 운영을 하고 있다”며 중국 금융 당국의 규제를 비판했다. 마윈의 발언을 도전 행위로 받아들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알리바바를 기점으로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우며 빅테크 기업을 대대적으로 규제했다. 이에 앤트그룹의 상장은 취소됐고,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은 당국의 강도 높은 감사를 받고 대규모 과징금도 물었다.

최근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5~16일 열린 중국경제공작회의에서 2023년 경제 정책에서 내수 확대를 강조하면서 플랫폼 기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글로벌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엔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앤트그룹 계열사인 앤트소비자금융이 자기자본을 기존 80억 위안(약 1조5000억원)에서 185억 위안(약 3조4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증자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의결권 조정 조치로 마윈은 여전히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마윈의 지배권 상실이 앤트그룹 상장의 전제조건이었던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마윈의 지배권 상실을 골자로 한 이번 의결권 조정이 앤트그룹 상장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데 필요한 결정적 조치”라고 평가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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