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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김광석들…“아버지 LP로 들었다, 내 삶에 큰 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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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학전블루 소극장의 김광석 노래비. [사진 학전]

학전블루 소극장의 김광석 노래비. [사진 학전]

지난 6일 저녁,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씨에도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앞에는 가수 김광석(1964~1996)을 그리는 이들이 하나둘 모였다. 극장 마당에 세워진 김광석 노래비엔 소주·꽃·향 등 고인을 기리는 물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극단 학전은 이날 김광석 27주기를 맞아 ‘제1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를 열었다. 2012년부터 이어 온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를 올해부터 김광석 노래 한 곡과 함께 참가자의 창작곡을 부르는 새로운 형식으로 바꿨다.

김광석의 절친이었던 가수 박학기는 진행을 맡아 “김광석은 바로 이 자리에서 음악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며 “1996년 1월 6일 우리에게 물음표를 남기고 떠난 이후 친구·지인·팬들은 매년 이 자리에 모여 광석이를 생각하며 울고 이야기하고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학전블루 소극장은 개관한 1991년부터 1995년까지 김광석이 매년 라이브 콘서트를 한 곳이다. 김광석은 이곳에서 1000회 이상 공연했다. 박학기는 “올해부터는 의미를 더해 김광석 곡과 함께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창작곡을 부르게 된다. 김광석을 넘어서는 ‘새로운 김광석’이 나와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김광석 추모사업회 회장인 김민기 학전 대표는 “이 경연대회가 젊은 음악 창작자들의 등용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취소됐던 아쉬움이 컸던 듯 이번 대회에는 100팀이 넘는 참가자들이 몰렸다. 총 102팀이 지원한 예선을 뚫은 7팀이 이날 본선에 출전했다. 모두 20~30대다. 이들은 아버지의 LP를 통해 혹은 작곡 공부를 하다가 김광석 노래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힘이 들 때, 음악을 하려고 결심할 때 김광석 노래가 큰 동력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6일 열린 제1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에서 ‘The 2002’ 팀이 김광석상을 차지했다. [사진 학전]

6일 열린 제1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에서 ‘The 2002’ 팀이 김광석상을 차지했다. [사진 학전]

창작지원금 200만원과 경은어쿠스틱에서 제공한 마틴 기타가 주어지는 ‘김광석상’은 팀 ‘The 2002’가 차지했다. 2002년생 대학 동기 세 명이 각각 건반·보컬·기타를 맡아 뭉친 팀이다.

이 팀의 건반을 맡은 전축복씨는 “아직 서른 근처에는 가지 못했지만, 앞으로의 서른을 상상하며 저희 식으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불렀다”고 했다. 창작곡 ‘그리운 시간’에 대해서는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 쓴 곡”이라며 “당시 고3이었는데, 수능 준비를 하며 방 안에 있는데 문득 모두에겐 각자만의 그리운 시간이 있겠다 싶어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약 200석 객석을 채운 관객의 연령대는 2011년생부터 1952년생까지 폭이 넓었다.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지 27년째. 생전 그를 접해보지 못했던 MZ세대까지 그를 되풀이해 소환하는 이유는 뭘까. 심사를 한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는 “김광석의 노래는 삶의 진실을 담아 세상을 노래했기에 지금도 새롭게 불리고, 계속 그를 기리게 된다”면서 세대를 뛰어넘는 김광석의 힘을 강조했다. 심사위원은 김민기 학전 대표, 김광희 작사가, 가수 한동준·권진원, ‘동물원’ 박기영, ‘유리상자’ 박승화가 함께 맡았다.

이날 경연대회 후엔 포크 그룹 동물원 등의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동물원 멤버들은 “35년 전 김광석과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서 첫 노래를 했다”고 회상했다. 심사위원 박승화는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았는데, 관객 여러분과 광석이 형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기분이 좋았다”며 ‘사랑했지만’을 열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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