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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줘봐라, 뒤집어 파야지" 훈수한 이기영…시신 수색은 난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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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동거녀 50대 A씨 시신 수색이 장기화하고 있다.
 8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동거녀 A씨의 시신을 찾기 위한 경기 파주시 공릉천변 수색을 이날도 계속했다. 동거녀도 살해했다고 자백한 뒤 13일째 수색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릉천 하구로 나가는 길을 비롯해 일대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기영이 말한 장소 외에도 시신 유기가 가능한 곳들을 추가로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지난 6일 검찰 주도로 20분간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이기영은 수갑을 찬 손으로 시신을 매장한 위치를 가리키는 등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그는 “땅 위쪽에는 풀뿌리가 많아 측면을 파낸 뒤 시신을 넣고 흙을 덮었다”고 말하고, 땅을 파는 수사관에게는 답답하다는 듯이 “삽 좀 줘봐라” “삽을 반대로 뒤집어서 흙을 파내야 한다”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시신이 든) 루프백이 딱 들어갈 정도로 땅을 팠다” 등의 주장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검찰 송치 전날인 지난 3일 “경찰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는 말과 함께 동거녀 A씨의 시신 유기 장소가 거주지에서 9㎞ 떨어진 공릉천변이라는 진술을 “(집에서) 2㎞가량 떨어진 다리 근처”라고 바꿨다. 이에 경찰은 굴착기와 수색견 등을 투입해 수색 작업에 나섰지만, 지난해 8월 시신 유기 사흘 뒤에 최대 450mm의 큰 비가 쏟아졌다는 점 등에서 유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기영이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영이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그가 살인 사건의 주요 증거인 시신을 고의로 숨기고 있을 수 있다는 의심도 제기된다. ‘시신 없는 살인’ 상태로 재판을 받을 경우 용의자의 자백이 있어도 혐의 입증을 위해선 살해 도구와 같은 구체적인 증거물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 당국은 아직 이씨가 범행에 사용한 도구를 확보하지 못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시신 없이 진행되는 재판이 이씨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가 거짓말을 할 동인은 충분하다”며 “수사 당국에서도 이를 알고 시신과 범행 도구 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7~8일 사이에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동거인 A씨를 살해해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음주운전으로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뒤 60대 택시기사 B씨를 집으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그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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