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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에 찍힌 자의 최후…마윈, 앤트그룹 지배권 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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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로이터=연합뉴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이 자신이 세운 핀테크 회사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잃었다. 이로써 앤트그룹을 두고 지난 2020년 10월부터 이어진 중국 당국과 마윈의 힘겨루기는 마윈의 패배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앤트그룹은 지난 7일 홈페이지에 ‘회사 거버넌스 지속 개선에 관한 공고’를 올리고 앤트그룹 주요 주주의 의결권이 변화했다고 발표했다. 앤트그룹은 “마윈 등 4명이 지분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던 것에서 추가로 앤트그룹 경영층과 사원 대표 등을 합쳐 10명의 자연인이 주요 주주로서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주주도 단독으로든 타 주주와 공동으로든 앤트그룹 주총 결과를 통제할 힘을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앤트그룹은 7일 홈페이지에 올린 ‘회사 거버넌스 지속 개선에 관한 공고’를 통해 마윈의 지배권 상실을 골자로 하는 지분 구조 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앤트그룹 홈페이지 캡처

앤트그룹은 7일 홈페이지에 올린 ‘회사 거버넌스 지속 개선에 관한 공고’를 통해 마윈의 지배권 상실을 골자로 하는 지분 구조 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앤트그룹 홈페이지 캡처

외신들은 의결권 변경의 골자는 마윈의 앤트그룹 지배권 상실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조정으로 앤트그룹의 의결권 50% 이상을 실질적으로 보유했던 마윈의 의결권이 개인지분 6.2% 만으로 쪼그라들게 됐다”고 전했다. 마윈은 이전엔 자신이 지배권을 가진 다른 법인을 통해 앤트그룹의 의결권을 보유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앤트그룹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의결권 변화로 이것이 불가능해졌다.

지난해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포럼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지난해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포럼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이로써 약 2년 3개월간 이어지던 중국 당국과 마윈의 앤트그룹 싸움이 마윈의 완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앤트그룹은 지난 2020년 상하이와 홍콩 증시에 동시에 상장해 약 350억 달러(약 44조원)의 자금을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마윈이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 은행은 전당포식 운영을 하고 있다”며 중국 금융 당국의 규제를 비판했다. 마윈의 발언을 도전 행위로 받아들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알리바바를 기점으로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우며 빅테크 기업을 대대적으로 규제했다. 이에 앤트그룹의 상장은 전격 취소됐고,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은 당국의 강도높은 감사를 받고 대규모 과징금도 물었다.

최근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5~16일 열린 중국경제공작회의에서 2023년 경제 정책에서 내수 확대를 강조하면서 플랫폼 기업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나아가 글로벌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기조하에 이롄훙(易煉紅) 저장성 당서기가 같은 달 18일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를 중국 고위급 관리로는 2년 만에 방문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마윈공익재단은 웨이보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농촌 교사들과의 만남'에 참석해 노트북 앞에서 손하트 표시를 하고 미소를 짓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마윈공익재단 웨이보 캡처

지난해 12월 30일 마윈공익재단은 웨이보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농촌 교사들과의 만남'에 참석해 노트북 앞에서 손하트 표시를 하고 미소를 짓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마윈공익재단 웨이보 캡처

30일엔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앤트그룹의 계열사인 앤트소비자금융이 자기자본을 기존 80억위안(약 1조5000억원)에서 185억위안(약 3조4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증자안을 승인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이를 두고 앤트그룹의 증시 상장을 위해 중국 당국이 길을 터준 것이라 평가했다. 오랜 기간 칩거하던 마윈 역시 같은날 중국의 한 농업연구소를 방문한 모습을 공개하며 활동 재개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7일 의결권 조정 조치로 마윈은 여전히 중국 당국의 눈밖에 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마윈의 지배권 상실이 앤트그룹 상장의 전제조건이었던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마윈의 지배권 상실을 골자로 한 이번 의결권 조정이 앤트그룹 상장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데 필요한 결정적 조치”라고 평가한 이유다. 다만 블룸버그는 “지배 구조가 변화한 회사는 상장까지 일정 기간의 대기시간을 요구하는 중국 증시 규정 때문에 앤트그룹의 상장이 1년 이상 뒤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8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왼쪽)과 마화텅 텐센트 회장. AP=연합뉴스

지난 2018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왼쪽)과 마화텅 텐센트 회장. AP=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류창둥(劉强東) 징둥닷컴 창업자 등 최근 활동을 재개하려던 중국 내 빅테크 거물들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할 생각을 갖고 있지만, 당국의 눈 밖에 난 경우까지 허용할 생각이 없음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앤드류 콜리어 홍콩 오리엔트 캐피탈 리서치 대표는 로이터에 “마윈이 자신이 설립한 앤트그룹을 떠난 것은 대규모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결의를 보여준다”며 “당국의 이런 행보는 중국 경제의 가장 생산적인 부분을 침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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