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 UN기관장 낙선 로비”…유엔 무대서 우크라전 물밑 압박

중앙일보

입력

잉거 안데르센 유엔 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잉거 안데르센 유엔 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자국에 비판적인 보고서를 낸 유엔 산하 기구 유엔환경계획(UNEP)의 사무총장에 대한 낙선 운동을 물밑에서 전개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엔 무대라는 고전적인 압박 술책을 활용하고 있다면서다.

FT는 복수의 유엔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지난해 말 잉거 안데르센(64) UNEP 사무총장의 연임을 추진하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뜻에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소위 ‘정부 입장문(non-paper)’을 돌렸다”고 전했다. 매체는 러시아의 이번 시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려는 서방 진영의 노력을 좌절시키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UNEP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환경 문제에서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위기를 맞게 됐다”는 취지의 실태 보고서를 발간했다.

유엔ㆍ세계은행 등에서 경력을 쌓은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덴마크의 경제학자·환경운동가 출신으로, 2019년 2월 선출됐다. 올해 말까지 4년 간의 첫 임기를 마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전례에 따라 구테흐스 총장이 그의 재임명을 공식 제안할 예정었다고 FT는 전했다. 유엔 총회에서 안데르센 사무총장의 재임명안이 논의되면, 러시아가 표결을 요청하며 안데르센 총장의 낙마를 노릴 수 있다. 러시아는 FT의 관련 질의에 “UNEP는 서구와 유럽의 의제를 홍보하는 등 정치화 됐다”고 답변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매체에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러시아가 고전적으로 쓰는 수법”이라며 “러시아는 자신의 반대를 거둬들이는 대가를 주변국들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러시아의 움직임에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지난해 4월 유엔 산하 인권위원회UNHRC)에서 퇴출됐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일련의 압박술로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안보리 결의안은 물론, 시리아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결의안(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대북제재 결의안(10월) 등 4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히 시리아에 대한 지원 결의안은 오는 10일 만료를 앞두고 있어 추가 결의안이 필요한 상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