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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땐 이 곤충 31배 폭증한다…재선충 부르는 치명적 생태계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말 산림청이 발표한 관심 뉴스 1위에 ‘역대 최대 산불’이 차지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11건의 대형산불(피해 면적 100㏊ 이상)이 발생, 산림 2만4000㏊가 사라졌다. 2022년 3월 4일부터 열흘간 지속한 경북 울진 산불은 213시간이라는 역대 최장 산불로 기록됐고 5월 31일부터 6월 5일까지 이어진 경남 밀양 산불은 660㏊의 산림을 앗아갔다. 산림 100㏊는 축구장 140개 정도의 면적에 달한다.

지난 3일 남성현 산림청장(오른쪽)이 경북 안동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에서 시무식을 마친 뒤 피해목을 파쇄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지난 3일 남성현 산림청장(오른쪽)이 경북 안동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에서 시무식을 마친 뒤 피해목을 파쇄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산불 피해지역 복구에 나선 산림청과 자치단체는 조림 외에도 소나무류에 치명적인 재선충병(材線蟲病)이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체인 술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서식 밀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산림청이 경북 안동 소나무재선충 방제 현장에서 새해 시무식을 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산불 절반 재선충병 피해지 2㎞ 이내 발생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97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뒤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위험과 산불 피해 위험도가 동시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산불이 발생했던 90개 지역을 대상으로 산불 피해지와 소나무 재선충병 고사목 발생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산불의 49%가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지 2㎞ 이내에서 발생했다.

산림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기간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행계획을 세워 시행 중이다. 사진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 벌채 모습. 연합뉴스

산림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기간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행계획을 세워 시행 중이다. 사진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 벌채 모습. 연합뉴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7년 5월 산불이 발생했던 경북 상주시 사벌면에서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서식 밀도를 조사한 결과 3년 새 솔수염하늘소는 31.3배, 북방수염하늘소는 평균 4.7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불 피해 정도가 심한 곳에서 매개충 서식밀도가 더 높은 게 증명된 셈이다.

재선충병 1988년 부산에서 처음으로 확인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처음 부산 금정산에서 나타난 뒤 2020년 초까지 전국 122개 시·군·구로 확산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소나무류 1200만 그루가 피해를 봤다.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는 남부 지역과 제주도, 북방수염하늘소는 제주도를 제외한 내륙에 주로 분포한다. 두 종의 매개충이 함께 서식하는 지역도 있다.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는 보통 연 1회 성충이 되는데 북방수염하늘소는 4월 하순~5월 상순, 솔수염하늘소는 6월 중·하순에 우화한다.

지난해 10월 7일 남성현 산림청장(왼쪽 둘째)이 경남 밀양시 상남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를 찾아 경남도, 밀양시 관계자들과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7일 남성현 산림청장(왼쪽 둘째)이 경남 밀양시 상남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를 찾아 경남도, 밀양시 관계자들과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재선충은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0.6~1㎜ 크기의 작은 벌레다. 주로 소나무와 잣나무 줄기·가지에 침투해 수분 이동을 막아 나무가 말라죽게 한다. 일단 감염되면 100% 말라죽기 때문에 감염된 나무를 잘라내 소각하거나 비닐을 덮고 소독약을 뿌린 뒤 훈증(燻蒸)작업을 해야 한다.

산림당국 3월 말까지 피해목(木) 모두 제거 

소나무재선충병은 2014년 최대 규모 피해를 가져온 뒤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최근 다시 확산 세로 돌아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피해목(木)이 두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산림 당국은 3월 말까지 피해를 본 나무를 모두 제거하고 방제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5월 3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5월 31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산림청과 산림과학원은 산불 피해 고사목이 매개충의 산란처로 이용돼 다음 해 성충으로 변하는 솔수염하늘소가 급증하는 원인으로 추정했다. 산불로 말라서 죽어버린 나무는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을 유인하고, 매개충은 이곳에 알을 낳는 구조라는 게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소나무 재선충병 발생지역 인근 산불 피해지에서 고사목 제거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산림청, 올해 방제예산 982억원 확보 

한편 산림청은 지난해 10월 22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를 ‘소나무 재선충병 집중 방제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피해지를 대상으로 예찰 활동과 방제 활동 중이다.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예산도 982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6월 9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일대 산불 현장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피해 면적은 763㏊로 축구장 1000개 이상과 비슷한 규모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9일 경남 밀양시 부북면 일대 산불 현장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피해 면적은 763㏊로 축구장 1000개 이상과 비슷한 규모다. 연합뉴스

남성현 산림청장은 지난 3일 시무식에서 “나무를 잘 가꾸고 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써 가꾼 산림이 산림재난으로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며 “올해를 산림재해로부터 안전한 해로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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