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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작남'과 결혼 여배우에 들썩…"키큰남보다 좋다" 변한 日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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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일본 Z세대가 동경하는 유명인 부부 1위로 뽑힌 호시노 겐(星野源·41)과 아라가키 유이(34·新垣結衣). 이들 부부의 프로필 상 키는 아내 169㎝, 남편 168㎝로 아내가 1㎝ 더 크다.

2016년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일본어로 니게하지)'에 출연해 연인 역할을 한 두 사람은 2021년 진짜 부부가 됐다. 결혼발표에 열도는 들썩였다. '국민 여동생'인 아라가키와 맺어진 행운아가 평범한 외모의 호시노라는 사실에 일본 청춘들은 "여성보다 키가 작은 남성도 아주 멋지다는 걸 입증했다"며 반겼다. 드라마 속 모태솔로 남성이 연애에 성공한 게 현실로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본 청년층에서는 "키가 작아도 멋진 남자가 좋다"면서 '키작남'(키가 작은 남성)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호시노 겐(왼쪽)과 아라가키 유이(오른쪽)가 출연한 드라마의 한 장면. 이 둘은 실제로 부부가 됐다. 사진 트위터 캡처

일본 청년층에서는 "키가 작아도 멋진 남자가 좋다"면서 '키작남'(키가 작은 남성)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호시노 겐(왼쪽)과 아라가키 유이(오른쪽)가 출연한 드라마의 한 장면. 이 둘은 실제로 부부가 됐다. 사진 트위터 캡처

5일 아사히 신문계열 매체인 아에라 닷컴은 일본 청년층에서는 "키가 작아도 멋진 남자가 좋다"면서 '키작남'(키가 작은 남성)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고 보도했다. 요즘 젊은 일본 여성들은 상대 남성이 키가 작아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면서다.

사실 일본 남성 평균 키는 171.5㎝로 정점으로 찍은 뒤 작아지는 추세다.

남자 청소년(17세)의 평균 키는 지난 28년간 되레 줄어들었다. 지난해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17세 남성 평균 키는 170.8㎝로 1994년(170.9㎝)보다 오히려 0.1㎝ 줄었다. 첫 조사가 실시된 1948년 160.6㎝에서 1994년 정점을 찍은 뒤 17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에라는 "서구인처럼 식생활을 하면 평균 키가 금세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지 오래"라고 전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NHK는 성장기에 부족한 수면시간, 적은 운동량, 바깥에서 뛰어놀 기회의 감소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 전체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4분, 일본인은 7시간 22분으로 회원국 중 가장 짧았다.

3高 남성→자상하고 자기관리 잘하는 남성   

과거 일본에서는 남성의 큰 키가 매력 요소의 하나였다. 1970~1980년대 일본에서 결혼 상대방을 고를 때 남성에는 '3고(高)'조건이 따라붙었다. 고학력, 고수입, 고신장(큰 키)이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키 180㎝에 아무것도 안 하는 남자보다 키가 작아도 같이 설거지해주는 자상한 사람이 좋다"는 식이다. 단신 콤플렉스를 극복하며 살아온 남성이 상대 여성이 가진 다른 콤플렉스를 감싸주는 등 이해심이 깊을 수도 있다.

일본 여성들은 남성 키가 절대적으로 클 필요는 없고, 여성 평균 신장 수준인 160㎝보다 크면 괜찮다는 분위기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가수 호시노 겐(가운데 오른쪽)과 '국민 여동생' 배우 아라가키 유이(가운데 왼쪽)는 키 차이가 1cm다. 이들은 드라마에 함께 출연해 연인 역할을 하며 진짜 부부가 됐다. 사진 트위터 캡처

가수 호시노 겐(가운데 오른쪽)과 '국민 여동생' 배우 아라가키 유이(가운데 왼쪽)는 키 차이가 1cm다. 이들은 드라마에 함께 출연해 연인 역할을 하며 진짜 부부가 됐다. 사진 트위터 캡처

아에라에 따르면 '키작남'은 옷을 맞춤복으로 입는 등 패션에 공을 들이고 자기 관리에도 열심이어서 여성의 호감을 사는 편이다.

일본에는 키가 작은 남성을 위한 의류 전문회사도 따로 있다. 남성 S 사이즈(XXS·XS·S) 전문 브랜드인 '레트로픽스'의 남성 고객은 평균 키 160㎝에 몸무게는 50㎏이다. 10대~20대 키 168㎝ 이하 남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 업체 '유나이티드 앤츠'도 인기다.

키가 작은 남성을 타깃으로 한 일본 남성복 브랜드 레트로 픽스. 사진 트위터 캡처

키가 작은 남성을 타깃으로 한 일본 남성복 브랜드 레트로 픽스. 사진 트위터 캡처

한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일본인 키가 되레 줄어든 것은 출생 당시 저체중(2.5㎏ 이하)으로 태어난 아기 비율과도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

일본에서 태어날 당시 저체중인 아기 비율이 1970년 후반 5.1%에서 2007년 9.7%로 늘었고 현재도 비슷한 수준이다.

영유아·청소년 전문 의료기관인 일본 국립 성육(成育)의료연구센터의 모리사키 나호 부장은 아에라에 "임신 중에 임산부의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문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 저체중 신생아가 늘었다"면서 "저체중 신생아 증가가 평균 신장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거로 보인다"고 전했다.

단, 2021년 일본 산부인과학회 권고안이 바뀌어 "작게 낳아 크게 키우자"는 임산부 체중 억제 문화가 예전보다는 심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아에라는 "방침 변경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평균 신장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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