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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반도체 혹한, 한국 경제 대들보 흔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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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호 01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3 개막일인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CES는 코로나19로 대폭 축소됐다가 3년 만에 정상 개최됐다. [뉴스1]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3 개막일인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CES는 코로나19로 대폭 축소됐다가 3년 만에 정상 개최됐다. [뉴스1]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에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마저 시름에 빠졌다. 수출의 20%가량을 담당하는 반도체가 부진하자 무역수지에도 비상 신호가 켜졌다.

6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2년 잠정 실적을 보면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7.9% 증가한 301조7000억원이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영업이익은 4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줄었다. 수치상으로는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선방한 결과다. 문제는 갈수록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데다가 캐시카우이던 메모리반도체마저 적자의 문턱에 달했다는 점이다. 4분기 실적만 보면 매출은 70조원,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이다. 분기당 14조원 이상의 이익을 냈던 상반기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치다. 지난해 1분기의 절반은 될 것이라는 증권가의 분석과는 달리 3분의 1에 그쳤다. 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5조원에 미달한 것은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짧은 기간 안에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을 따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휴대전화·디스플레이 등 전 부문에서 고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심각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을 2조원 안팎으로 추산했다. 전 분기의 40% 수준이다. 특히 낸드플래시 메모리 부문은 지난해 4분기에 적자로 전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나 2분기에는 반도체 부문 전체가 분기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분기 기준으로 적자를 내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빠르면 1분기, 늦어도 2분기에는 영업수지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나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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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겨울의 신호는 지난해부터 나왔다. 지난해 PC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이 40%가량 하락하며 연말엔 2달러 수준까지 추락했다. 낸드플래시(MLC 64GB) 가격도 14%가량 하락했다. 가격이 내리는데도 수요를 찾기 어려워 반도체 시장은 올해도 역성장이 확실시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선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4.1% 역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쇼크로 무역수지도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1% 줄었다. 반도체가 휘청이자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5% 줄어든 549억9000만 달러에 그치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3개월 연속 감소는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2020년 3월~8월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당분간 반도체 업황이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전방 산업인 가전 업계 역시 수요 감소로 회복 시점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날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전자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한 655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올해 1분기에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당분간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공급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메모리 감산은 없다면서 투자도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악의 반도체 업황은 올해 2분기 말, 3분기 초까지 지속할 것”이라며 “직접적 감산이 아니더라도 라인 효율성 점검 등을 통해 간접적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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