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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 허리 숙인 이상민, 야당서 사퇴 묻자 “나중에 생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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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호 02면

6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문제가 최대 쟁점이었다. 이 장관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사퇴 요구는 모두 거부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을 향해 “증인에게 책임을 물어야만 공직 사회 전반의 안전 불감증에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라며 자진 사퇴 의사를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공감하고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천 의원이 재차 “사퇴를 생각할 일말의 여지도 없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현재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으로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자리를 지키겠느냐”는 윤건영 의원 질의에도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조응천 의원이 “지금 거기 앉아 계시는 게 헌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땐 “제가 답변드릴 사항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의 추궁이 잇따르자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에게 지나치게 사퇴를 강요하고 나아가 탄핵까지 언급한다면 과연 이 청문회가 누구를 위해, 뭐를 위해 하는 청문회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다만 이 장관은 이날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를 받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이태원 사고에 대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정부를 대표해서, 개인적인 자격을 포함해서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26일 구속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조수진 의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신문 당시 핼러윈 축제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였기 때문에 지자체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책임이 없는 사람이 뭐가 무서워 수사 전에 휴대전화를 빠르게 교체했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박 구청장은 “휴대전화 기록을 지운 적이 없고 비밀번호를 제공해 포렌식도 다 끝났다”며 “기기 오작동이 있어 교체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만약 제가 영악스럽게 생각했다면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해 핼러윈 데이 대책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부구청장이 본인이 주재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답했다. 사건 초기 용산구청 보도자료에 허위 사실이 담긴 데 대해서도 “실무진의 실수”라고 밝혔다. 그러자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은 “또 ‘내가 안 했다’는 말로 넘어가고 있다. 책임자가 태연하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 위원장은 “대한민국 기초단체장이 다 박 구청장 같지는 않다. 열심히 하는 분들이 더 많다”며 “그분들에게 지금 먹칠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활동 기간을 오는 17일까지로 열흘 연장했다. 남은 기간 특위는 3차 청문회와 전문가 공청회 등을 진행한 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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