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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펼치면 70% 확대, 멀티태스킹 편한 롤러블폰 나온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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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호 15면

막 오른 ‘롤러블 대전’

미국의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로라는 지난해 10월 새 스마트폰 시제품을 공개했다. 디스플레이 패널이 평소엔 일반 스마트폰처럼 본체보다 크지 않게 돌돌 말려 있다가,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크게 펼쳐지는 롤러블(rollable) 기술을 적용했다. 다른 기업이 공개했던 롤러블폰 시제품은 화면이 가로로 늘어나는 방식인 데 비해 모토로라의 시제품은 5인치 화면이 6.5인치까지 세로로 늘어난다. 상용화는 올해 상반기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폼팩터(form factor, 제품의 물리적 외형) 대전(大戰)이 가열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이 주도한, 화면을 접었다가 펼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기술의 시장 안착에 이어 롤러블 기술까지 시장 상륙을 앞뒀다. 모토로라의 모회사인 중국 레노버는 지난해 10월 롤러블 노트북 시제품도 공개했다. 루카 로시 레노버 부사장은 “폴더블에 이어 롤러블 제품도 사용자가 역동적으로 화면을 변경하면서 콘텐트를 즐기고, 동시에 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쓰는 멀티태스킹을 편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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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롤러블·폴더블폰시장 133조 전망

앞서 다른 중국 업체 오포와 TCL도 향후 상용화를 고려한 롤러블폰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TCL이 지난해 공개한 시제품은 폴더블폰과 롤러블폰의 특징을 합친 ‘폴드&롤폰’이다. 6.8인치의 접힌 화면을 좌우로 펼치면 8.5인치까지 커지고, 이 상태에서 롤러블 방식으로 한쪽 화면을 더 늘려 10인치까지로 만들 수 있다. 화웨이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롤러블폰 관련 특허를 출원하며 시동을 걸었다. 화웨이가 준비 중인 롤러블폰은 기본 6.5인치의 화면이 터치 한 번에 기존보다 35% 커지고, 두 번 누르면 70%까지 확대된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해외 업체들이 이처럼 롤러블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폴더블폰이 입증한 시장성이 롤러블 제품에서도 적용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 DSCC에 따르면 2020년 10억 달러로 형성된 글로벌 롤러블·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2025년 1053억 달러(약 13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에 이어 롤러블폰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해외 기업들과 경쟁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롤러블폰 관련 10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했다. 돌돌 말렸다가 가로로 펼쳐지는 형태 외에도 ‘갤럭시Z 플립’ 시리즈처럼 세로로 펼쳐지는 형태까지 다양한 폼팩터 관련 특허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형은 6인치에서 7.5인치 이상으로 화면을 키울 수 있어 크기 면에서 세로형보다 유리하다. 다만 디자인과 판매량 면에선 세로형이 유리할 수 있어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처럼 두 형태 모델을 동시에 선보이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롤러블폰의 시장성에 대한 기업들의 확신은 단순히 폴더블폰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화면을 접었다가 폈을 때 주름이 생기는 등, 소비자들로 하여금 내구성과 수명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기존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또 돌돌 말아 보관했던 화면을 펼쳤을 때 최대 크기가 이론적으로 폴더블폰보다 커서 확장성이 뛰어나다. 이는 IT 기기를 고를 때 휴대성과 멀티태스킹 성능을 동시에 중시하는 젊은 소비층에게 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서는 한편, 폴더블폰 구매를 아직도 망설이는 더 많은 수요까지 포섭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내구성·실용성과 적정 가격이 관건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CPR) 연구원은 “폴더블폰이 롤러블 기능과 만나면 추가 디스플레이 확장과 경량화 등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수년간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전체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도 기업들을 폴더블폰과 함께 롤러블폰 개발에 앞장서게 만들고 있다. CPR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7년 15억5900만대에서 2021년 13억9000만대까지 감소했다. 지난해는 이보다 줄어든 13억4000만대로 추산된다. 소비자들이 웬만한 신제품엔 매력을 못 느끼고 기존 스마트폰을 쓰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결국 돌파구는 폼팩터 혁신뿐이라는 기업들의 인식이 강해진 배경이다.

관건은 기업들이 내구성이나 실용성, 가격 면에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롤러블 제품 기술력을 얼마나 빠르고 확실하게 갖추느냐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롤러블 제품이 하드웨어에선 내구성을 잡고, 소프트웨어에선 새롭고 즐거운 사용자경험(UX)을 제시한다면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도 디스플레이 변화에 초점을 맞춘 기업들의 폼팩터 혁신 경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번에 최초 공개한 ‘플렉스 하이브리드’는 화면 왼쪽 폴더블과 오른쪽 슬라이더블(slidable)이 합쳐진 폼팩터 기술이다. 왼쪽을 펼치면 10.5인치 4:3 비율의 화면이 나타나고, 오른쪽 화면까지 당기면 16:10 비율의 12.4인치 화면으로 영화나 유튜브 등의 다양한 콘텐트를 즐길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주선 대표가 지난해 공개했던 17인치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도 이번 CES에서 정식으로 소개했다. 이 제품은 화면을 단방향 또는 양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플렉스 슬라이더블 솔로’와 ‘플렉스 슬라이더블 듀엣’ 두 가지 콘셉트다. 평소에는 13~14인치의 태블릿 사이즈로 휴대 또는 사용하다가, 멀티 태스킹이 필요하거나 영화 혹은 게임 등의 콘텐트를 즐길 때는 17.3인치 사이즈로 화면을 확대해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 LG디스플레이도 양쪽으로 접을 수 있는 8인치짜리 360도 폴더블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와, 한쪽으로 접을 수 있는 17인치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8인치 360도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는 단방향 폴더블 기술보다 제조 난이도가 높지만 사용자가 방향의 제약 없이 원하는 대로 자유로이 접었다 펼 수 있어 활용 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0만 번 이상 접었다 펴도 내구성이 보장되는 모듈 구조와, 접는 부분의 주름을 최소화하는 특수 폴딩 구조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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