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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한지 만들고 장원영 비녀 꽂고…K컬처 힙해졌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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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호 19면

[서정민의 ‘찐’ 트렌드] 전통문화에 빠진 아이돌

안치용 한지장과 함께 한지 체험 중인 걸그룹 ‘뉴진스’. 최영재 기자

안치용 한지장과 함께 한지 체험 중인 걸그룹 ‘뉴진스’. 최영재 기자

지난달 22일 경기도 파주의 한 스튜디오는 소녀들의 명랑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걸그룹 ‘뉴진스’와 국가무형문화재 안치용 한지장이 함께하는 한지 체험 현장이다.

“대나무발에 연결된 줄이 하나라서 ‘외발뜨기’라고 하는데, 이렇게 좌우로 하나·둘·셋 살살 흔들어주면 닥섬유(삶은 닥나무껍질을 두드려서 얇게 풀어낸 것)가 대나무발 위로 살짝 올라와요.”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RM, 전통 서화·도자 등에도 큰 관심

한지장의 구령에 맞춰 지통에서 닥섬유를 건져내던 다섯 소녀는 어느새 부드럽게 리듬을 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무대로 옮기면 ‘한지춤’이 되는 걸까. 현장에서 뉴진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봤다.

한지체험을 해보니 어떤가.
“한지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젠 잘 알게 돼서 뿌듯해요. 집에 전통한지 체험을 할 수 있는 지통을 하나 들여놓고 싶어요. 휴일에 흔들~흔들~ 하면서 한지를 만들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혜인)
한지에 대한 추억이 있나.
“어려서 한지 박물관에 갔을 때 엄마가 목걸이를 만들어 주셨는데 지금도 가장 아끼는 물건이에요.”(다니엘)
“초등학교 3학년 때 할머니의 옷장서랍에서 예쁜 종이상자를 발견했는데 한지로 만든 거랬어요. 할머니께 달라고 졸라서 공기 알을 담아두는 통으로 썼던 기억이 나요.”(민지)
오늘은 꽃한지로 등을 만들었는데, 한지를 이용한 아이디어가 또 없을까.
“가볍고 귀여운 미니 가방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혜인)
“한지는 촉감이 너무 좋아서 매일 손에 쥐고 다니는 휴대폰 케이스로 좋을 것 같아요. 아까 종이에 옻칠을 한 요강을 보고(웃음) 물에 잘 젖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으니까 완벽하죠.”(민지)
“좋은 색감의 작은 헤어핀을 만들면 예쁘겠어요!”(다니엘)
“저는 아까 화병이 신기했어요. 손으로 만져보니까 진짜 딱딱하던데 한지로 만들었다니!”(하니)
전통문화 체험이 또래 10대들에게도 재미있을까.
“요즘 10대들 사이에선 한복 입는 게 유행이에요. 한지도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민지)
“도자기 체험도 해보고 싶어요.”(다같이)
비녀로 머리를 장식한 ‘아이브’ 멤버 장원영. [사진 각 인스타그램]

비녀로 머리를 장식한 ‘아이브’ 멤버 장원영. [사진 각 인스타그램]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인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5인조 걸그룹 뉴진스가 우리 종이 한지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 이하 공진원)이 추진하는 ‘2022 한지분야 한류연계 협업콘텐츠 기획개발 지원’ 사업에 뉴진스가 ‘한류IP’로 선정되면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이날 스튜디오에선 한지를 주제로 한 토크쇼, 꽃한지 조명 제작 등을 체험하며 홍보영상을 촬영했고, 해당 영상은 6일 오전 공진원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전 세계로 K컬처가 확산되면서 팝·영화·드라마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아이돌 스타들의 활약이 커졌다. 국내외 언론과 유튜브·SNS를 통해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속속 공개되면서 한국에 대한 해외 팬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전 세계 팬들에게 알림으로써 K컬처의 호감도와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열심인 아이돌 스타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를 안고 있는 RM. [사진 각 인스타그램]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를 안고 있는 RM. [사진 각 인스타그램]

‘오징어 게임’으로 지난해 각종 해외 시상식에 초대받았던 모델 겸 배우 정호연은 미국배우조합(SAG) 시상식과 에미상 시상식 레드 카펫에서 우리 전통 머리장식인 ‘댕기’와 ‘첩지’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들 장식은 루이 비통 홍보대사인 정호연의 제안으로 브랜드가 드레스와 맞춤한 디자인으로 특별 제작한 것이다. 금·은으로 용이나 봉황 등의 형상을 만들고 좌우로 가는 끈을 달아서 가르마 위에 장식하는 ‘첩지’를 “사극에서 본 적은 있지만 이름과 활용법을 처음 알게 됐다”는 국내 팬들도 많다. 해외 패션 매체들은 ‘오징어 게임 스타 정호연, 한국식 땋은 머리로 SAG 시상식 빛내다’(미국 패션지 WWD), ‘한국의 전통적인 댕기머리 리본에서 영감 받은 맞춤형 장신구로 아름다움이 격상됐다’(영국 패션지 글래머), ‘수세기 동안 내려온 한국의 전통적인 댕기 머리 리본 장식으로 정호연은 한국적 유산에 의미 있는 경외감을 표하는 동시에 고전적인 할리우드의 매력을 제대로 조합해 선보였다’(미국 패션지 보그)며 극찬했다.

전통 머리장식 ‘첩지’를 한 모델 겸 배우 정호연. [사진 각 인스타그램]

전통 머리장식 ‘첩지’를 한 모델 겸 배우 정호연. [사진 각 인스타그램]

걸그룹 ‘아이브’ 멤버인 장원영은 지난해 가을 파리패션위크 참석 당시 봉황 장식 비녀로 화제가 됐다. 그녀는 각종 인터뷰에서 “한국의 멋을 파리에 한 번 보여드리고 싶어서 직접 비녀를 챙겨왔다”고 했다. 장원영의 팬들 역시 “원영이도 비녀도 다 너무 예쁘다” “생각이 너무 기특하다. 장원영 덕분에 비녀가 더 유행했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로 호응했다. ‘빅뱅’ 멤버인 태양의 아내이자 배우인 민효린 역시 얼마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옥 배경으로 촬영한 한복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송가인, 전통 머리장식 전시·판매도

한복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배우 민효린. [사진 각 인스타그램]

한복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배우 민효린. [사진 각 인스타그램]

미술에 관심이 많은 RM은 현대미술 장르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의 전통 서화를 비롯해 도자·금속·나전 등 다양한 공예품에도 관심이 높아 국내외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에서 RM이 분청사기와 달항아리를 관람한 것이 소개되면서 분청사기에 대한 국내외 인지도가 확 올랐고, 달항아리를 빚는 권대섭 작가에 대한 주목도 역시 더욱 높아졌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은 판소리를 배우던 시절, 직접 한복에 어울리는 머리장식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데 지난해 여름 공진원이 주최한 ‘한복상점’ 행사에선 직접 만든 수십 개의 전통 머리장식을 전시·판매하는 부스도 운영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복 전시를 기획했던 서영희 콘텐트 디렉터는 “요즘 아이돌은 내가 한국 사람이고, 그래서 한국 것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기성세대 스타들처럼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의무감 없이, 라이프스타일의 한 부분으로 또 취향으로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쿨하게 즐기는 모습이 기특하다”며 “요즘 같은 때 무엇을 해야 이슈가 되는지 아는 영리함까지 갖췄다”고 했다.

고(故) 이어령 전 장관은 자신의 저서 『우리 문화 박물지』에서 우리가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온 전통용품을 ‘한국인의 마음을 그려낸 별자리’라고 소개한 바 있다. “자기로부터 몇천 광년 떨어진 별빛을 가지고도 별자리를 그려낸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와 가장 가까운 물건들, 일상 속에서 자기와 함께 생활해 온 물건들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겠는가. 하루도 아닌 몇백 년 몇천 년의 역사를 함께해 온 그 도구들에서 어떻게 실용적인 의미만을 따지겠는가. (중략) 한국인들이 사용해 온 물건들 하나하나에는 한국인의 마음을 그려낸 별자리가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것들은 서명되어 있지 않은 디자인이며 조각이며 책이다.” 별들은 별자리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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