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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비용·저질 교육감 선거 이대로 둘 순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21호 30면

교육감 선거비, 시·도지사 선거비보다 많아

비리로 유죄 판결 받은 전직 교육감만 11명

러닝메이트제 등 정당 책임 선거 고려할 만

그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첫 번째 개혁 입법 과제로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 선거 법안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러닝메이트 도입 의사를 밝힌 지 3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역 주민들이 러닝메이트로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선택하면 지방 균형 발전에 훨씬 도움되지 않겠느냐”고 말했었다.

교육감의 권한은 막대하다. 공립학교 교원 34만 명과 교육청 공무원 7만 명을 관할하고, 17개 광역시·도 교육청 예산(94조원)은 중앙정부 본예산(607조원)의 15.5%에 달한다(2022년). 광역시·도 아래 시장·군수는 선거로 뽑지만, 지방교육청 아래 지청·부속기관의 인사·예산권은 교육감이 모두 갖고 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는 온갖 비리와 불법이 판친다. 2007년 직선제 도입 후 수사·재판을 받은 교육감만 20명이 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이는 11명(징역형 6명)이다. 두 차례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했던 조영달 전 후보는 지난달 검찰이 구속기소했다.

겉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각 후보는 특정 정당 및 ‘윤석열·문재인’ 등의 연관성을 훈장처럼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벌였다. 공약 경쟁은 없고, 오로지 각 진영 안에서의 ‘단일화’에만 매달렸다. 그러다 보니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가장 저질적 선거” “범죄자를 양산하는 선거”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돈 선거’란 비판도 많다. 지난해 교육감 후보는 1인당 평균 10억8315만원을 지출해 시·도지사 후보(8억9000만원)보다 2억 원가량을 더 썼다. 경기도에서 낙선한 성기선 전 후보는 46억5967만원이나 지출했다. 전체 선거비는 시·도지사 491억 원인 데 비해 교육감은 660억 원이나 됐다. 그래도 득표율 15%만 넘기면 세금으로 충당된다. 막대한 예산이 들지만 유권자는 정작 교육감 후보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 중앙선관위 조사에서 ‘선거에 관심 없다’는 응답이 시·도지사는 27.7%였지만, 교육감은 56.4%나 됐다. 지방선거와 따로 치른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15.4%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닝메이트 도입 논의는 일면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충분한 여야 협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밀어붙여선 안 된다. 직선제 도입 당시처럼 졸속으로 시행하면 더 큰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는 국민의힘이 발의한 러닝메이트 법안이 올라와 있다. 각 정당의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게 골자다. 정당이 책임지고 선거를 치른다는 점에서 여러 폐단을 막을 수 있지만 “교육이 일반행정에 종속될 수 있다”(시·도교육감협의회)는 목소리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교육감이 지자체장에게 종속되지 않으려면 일정 자격을 갖춘 교육감 후보가 당내 경쟁을 통해 공천을 받는 방법도 있다. 선거로 교육감을 뽑는 미국의 14개 주 중 애리조나·와이오밍 등 8곳이 이런 방식을 취한다. 캘리포니아 등 6곳은 투표용지에 정당을 표기하지 않고 선거 과정에서 소속 정당을 공개하는 ‘정당표방제’를 택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이 교육감을 모두 지명하는 프랑스나 영국·독일·일본처럼 지자체의 장 또는 교육위원회가 임명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이는 유권자가 교육정책 책임자를 직접 뽑는 교육자치의 취지와는 어긋난다. 여야 정치권은 존경받는 교육행정가를 주민 스스로 선출한다는 교육감 선거의 본래 취지에 맞게 입법을 보완해야 한다. 돈 문제와 비리로 얼룩진 교육감 선거가 이번에는 꼭 개선될 수 있도록 국민적 공감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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