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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프리즘] 한국형 핵공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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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호 30면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국제법협회 한국본부회장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국제법협회 한국본부회장

북한의 핵위협은 새해에도 변함이 없다. 지난해 9월 핵무력정책의 법제화 이후, 다양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무인기 침투 등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발표해 “전술핵을 다량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만약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한반도의 안보는 완전히 시계 제로의 상황이 될 것이다.

북한은 왜 경제 제재를 무릅쓰고 도발을 강행하는가? 북한의 일차 목표는 대북 제재의 완전한 해제다. 이스라엘이나 인도, 파키스탄처럼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밖에서 ‘사실상 핵무기국’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혹독한 제재만 해제되면 체제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하다고 본다. 핵무장한 북한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의 적화통일이다.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강력한 핵억지력을 구축해야 한다. 재래식 전력의 우위도 현실적으로 핵무장한 북한에는 무의미하다.

한미동맹을 다자안보체제로 확대
나토식 핵계획그룹도 추진할 필요

북한의 핵무장은 미국이 가장 반대하는 핵확산이다. 미국은 NPT의 발효 직후부터 5대 핵강대국이 아닌 국가의 핵개발을 강력하게 제재해 왔다. 미국에 적대적이지 않았던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핵무장에 성공했지만, 현재 동아시아의 상황은 다르다. 미·중 대결의 심화라는 구도하에 미국이 북핵을 용인할 여지는 희박하다. 미국은 대북 제재를 통해 대중 포위망을 굳히려 한다. 쿼드와 한·미·일 공조,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강조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한국은 이론적으로 독자적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 방식으로 핵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이 찬성하지 않으면 한국의 핵무장은 단기간 내에 실현하기 힘들다. 한·미원자력협정이나 미국 국내법의 규제 및 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제약이 걸림돌이다.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도 미국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말 전술핵 재배치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나마 핵공유는 한국의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양국의 핵자산 운용과 정보 공유에 대한 최근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형 핵공유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다자간 안보 체제로 확대해 북핵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북핵에 대해 확실한 억지력을 갖지 못한다면, 미국의 확장억제를 동맹국들이 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보 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은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발전시켜 호주를 포함하는 핵동맹 체제가 출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아시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계획그룹(NPG) 같은 강력한 공동협의체를 발족시킬 필요가 있다.

과거 NATO식 핵공유에 대한 미·소 양국의 대립을 감안해 어떤 형식으로든 NPT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NPT는 회원국이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탈퇴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제10조). 한국은 북핵의 위협을 비상사태로 해석해 조약 의무의 이행이 불가능한 ‘사정변경’의 원칙을 원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법상 NPT 탈퇴가 아닌 조약 규정의 ‘이행정지’ 같은 해법도 있다. 어쨌든 NPT의 비확산 체제는 한반도에서 실패했다. 이제는 치밀한 법적 논리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평화는 공짜가 아니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중앙SUNDAY 기고는 joongangsunday@joongang.co.kr

이창위 서울시립대 교수·국제법협회 한국본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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