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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혈당·콜레스테롤 함께 낮춰야 기대수명 7년 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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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호 28면

헬스PICK

2023년 계묘년이 시작된 지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으레 신년 계획을 세운다. 목록 한쪽은 금연, 금주(절주), 운동, 다이어트 등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 차지한다. 일주일 사이 계획대로 바뀐 일상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작심삼일에 그치곤 한다. ‘헛된 희망 증후군(The False-Hope Syndrome)’ 탓이다. 목표를 과하게 설정하거나 목적의식이 부족하고 구체적이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올해는 계획의 초점을 ‘혈관 건강’에 맞춰보는 건 어떨까. 혈관 건강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 등 만성질환의 핵심이자 건강 관리의 기본이다. 특히 이들 만성질환은 국내 전체 사망원인의 24%를 차지하는 심뇌혈관 질환의 바탕이다. ‘진정한 새해’로 삼는 설날까지는 아직 남았고 새해 다짐과 의욕을 예열하기엔 충분하다.

혈관 건강이 중요한 이유는 명백하다. 단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을 포함한 대사증후군 때문만이 아니다. 망막질환, 신장질환 등 미세혈관질환뿐 아니라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등 중증질환까지 이들 질환에서 파생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 교수는 “비만, 운동 부족, 흡연 등의 악조건이라는 땅에서 대사증후군이라는 큰 둥치가 올라오고 결국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며 “이들 열매는 또 각종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의 씨앗이 된다”고 설명했다.

심뇌혈관 질환, 사망 원인 24% 차지

혈관 건강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혈관 수치’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말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혈압은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각각 120㎜Hg, 80㎜Hg 미만 ▶혈당은 공복 혈당 100㎎/dL 미만 ▶콜레스테롤은 총콜레스테롤 200㎎/dL 미만,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130㎎/dL 미만, 중성지방 100~150㎎/dL,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 60㎎/dL 이상을 모두 충족해야 정상이다. 이들 수치 모두 정상 범위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만약 질환으로 진단된 경우라면 이 수치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진단받은 질환의 해당 수치만이 아닌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모두 잘 관리해야 한다. 이들 세 질환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데다 동시에 관리할 때 효과가 극대화한다. 덴마크 스테노당뇨병센터가 제2형 당뇨병 환자 160명을 대상으로 7년 9개월간 한 그룹은 혈당을 낮추는 약물만 처방하고 다른 그룹은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낮추는 치료를 진행한 뒤 추적 관찰한 결과, 동시에 관리한 그룹의 기대수명이 7년 10개월 더 길었고, 뇌졸중 발병 위험도는 69%, 심부전 입원율은 70% 낮았다.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기영 교수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은 서로 사촌지간이라고 할 만큼 하나의 질환이 있는 경우 다른 질환의 위험까지 커진다”며 “관리할 때도 여러 수치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이다. 유전적 요인이 큰 만큼 완전히 막을 순 없지만 발병 시기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발병 시기를 늦춘다는 것은 수명이 길어진 상황에서 유병 기간을 줄여준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는 이들 질환으로 인한 타격을 한 차원 끌어내려 준다. 이기영 교수는 “어떤 질환의 유병 기간이 길면 그만큼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그 정도도 훨씬 더 커지게 된다”며 “합병증이 젊었을 때부터 생긴 것과 나이 들어 늦게 생겼을 때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백신을 맞는 이유 중에는 해당 질환 증상의 정도와 합병증을 줄이는 것도 있다”며 “백신도 질환을 완전히 예방할 순 없듯 생활습관 교정도 만성질환을 100% 막을 순 없지만 적극적으로 하면 합병증 발생과 정도를 낮춰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활습관 교정이 만성질환의 예방백신인 셈이다.

30대도 주기적 검사, 미리 관리해야

건강한 생활습관은 이미 잘 알려진 것들이다. ▶금연 ▶금주(절주) ▶체중 감량 ▶싱겁게 먹기 ▶운동 ▶포화·트랜스지방, 탄수화물 섭취 줄이기 등이다. 교정이 특히 필요한 대상은 우선, 진단받진 않았지만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이다. ▶고혈압 전 단계(수축기 130~139㎜Hg 또는 이완기 80~89㎜Hg 미만) ▶공복혈당장애(공복혈당이 100~125㎎/dL) ▶고지혈증 경계 단계(총콜레스테롤 200~239㎎/dL, LDL 콜레스테롤 130~159㎎/dL, 중성지방 150~199㎎/dL, HDL 콜레스테롤 40㎎/dL 미만)인 경우다. 이때는 생활습관 교정으로 수치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이들 만성질환은 오랜 기간 무증상으로 진행돼 증상이 생겼을 땐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는 40대 전후다. 정상이라도 미리 관리하는 것은 의미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 40세가 넘어서부터는 1년 단위로 검사하라고 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보다는 좀 더 일찍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30대라도 주기적으로 검사해 수치를 체크하고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혈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은 경우도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검진 결과표에 ‘심뇌혈관 나이’ 항목이 있다. 이는 혈관 건강 상태를 대표하는 수치로 실제 나이보다 적으면 비교적 잘 관리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많으면 일종의 경고 신호다. 노용균 교수는 “실제 나이보다 심뇌혈관 나이가 더 많으면 그때는 본격적으로 생활습관 교정을 통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시작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우선 활동량을 늘리는 것부터 시도해보자. 노 교수는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일상 속에서 활동량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것이다. 계단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두세 정거장 미리 내려서 걸어가는 등의 변화로도 의미가 있고, 다른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원동력이 된다”며 “그러면 좀 더 건강해지고 좋아지고 있는 것 같은 웰빙 센스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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