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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에 투자 ‘슬리포노믹스’ 급성장] 3조대 수면 시장, 1억짜리 침대 매트리스까지 나와…‘꿀잠’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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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호 12면

SPECIAL REPORT 

수면 시장 급 상승

수면 시장 급 상승

“잠은 피로한 마음의 가장 좋은 약이다.”(스페인 소설가 세르반테스) “좋은 잠이야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해 주는 살뜰하고 그리운 간호부다.”(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 “잠은 최고의 명상이다.”(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잠에 관한 명언들만 봐도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숙면’은 꼭 챙겨야 할 조건이다. 하지만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51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미국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48분, 캐나다 8시간40분, 프랑스는 8시간33분이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의하면 국내 불면증 환자는 2017년 56만명에서 2021년 68만명으로 늘었다.

수면 시간이 짧으면 생체리듬이 깨져서 뇌의 기능이 저하된다. 특히 수면 중에는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으면 선택·결정 능력이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현대인에게 양질의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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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포노믹스’ 이끄는 침대 매트리스

이에 등장한 것이 ‘슬리포노믹스’다.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신조어로 각종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수면 부족을 겪고 있는 현대인이 숙면을 취하기 위해 관련 상품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 소비현상을 가리킨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80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수면 시장은 2019년 3조원대로 커졌다. 침대·베개·이불 같은 기본 침구 외에도 침실의 온도·공기·조명 등 환경 요건, 침구의 소재와 IT 기술 접목 등 기능적 요건을 세밀하게 신경 쓰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상품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슬리포노믹스’의 대표 주자는 침대 매트리스다. 긴 밤 시간 동안 완벽하고 건강하게 내 몸을 받쳐주는 매트리스 기능을 따지는 게 소비자의 기본 원칙. 덕분에 매트리스 시장에선 ‘고급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돈이 좀 들더라도 프리미엄 침대의 장인정신과 기술력에 기대 꿀잠을 자고 싶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실제로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팬데믹 기간 동안 프리미엄 침대 시장은 두 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프리미엄 침대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최근 가수 아이유와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가 사용하는 침대로 입소문 난 ‘해스텐스’는 170년의 역사를 가진 스웨덴 매트리스 브랜드로 1000만원대부터 1억원대까지 있어 ‘매트리스계 롤스로이스’라 불린다.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페리스 라파울리만과 협업한 제품은 매트리스 모서리와 장식 손잡이에 가죽 마감을 하고 금색 리벳을 장식하는 등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을 극대화해 ‘예술작품’으로 불린다. 가격은 8억원대를 호가한다.

시몬스의 침대 프레임 ‘플리네’. [사진 각 브랜드]

시몬스의 침대 프레임 ‘플리네’. [사진 각 브랜드]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기 있는 ‘덕시아나’ 역시 가장 비싼 라인은 8000만원대 이상. 또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 시몬스의 최고급 라인 ‘뷰티 레스트 블랙’도 1900만~3500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이유·제니 침대로 입소문난 스웨덴 침대 브랜드 해스텐스의 ‘2000T’ 모델의 매트리스 세부컷. [사진 각 브랜드]

아이유·제니 침대로 입소문난 스웨덴 침대 브랜드 해스텐스의 ‘2000T’ 모델의 매트리스 세부컷. [사진 각 브랜드]

물론 이들 고가의 프리미엄 매트리스들에는 ‘잠 못 이루는 자’들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특장점이 있다. 해스텐스는 스웨덴 북쪽에서 120년 이상 자란 소나무로 원목 프레임을 만들고, 9명의 장인이 화학접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직 실만을 이용한 핸드 스티칭으로 350시간 동안 제작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매트리스 내장재로 말총(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해스텐스가 설립된 1852년 당시에는 말 안장 기업이 매트리스도 제조했고, 브랜드는 그 전통을 이었다. 말총의 컬링된(둥글게 휜 모양) 섬유는 길게 풀면 부피가 몇 배나 늘어난다. 즉 말총 한 가닥 한 가닥이 작은 스프링처럼 작용해 내부 스프링 시스템을 보완하면서 향상된 지지력과 유연성을 제공한다. 또 말총은 습기를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순환시키는 데도 효과적인 소재라 잠을 자는 동안 몸에서 발생하는 열과 수분을 케어한다.

시몬스의 침대 최상급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의 최상급 모델 ‘켈리’ 상세컷. [사진 각 브랜드]

시몬스의 침대 최상급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의 최상급 모델 ‘켈리’ 상세컷. [사진 각 브랜드]

1870년부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모토로 장인정신과 기술력을 검증받아온 시몬스는 건강과 안전에 초점을 맞춰 올해 ‘메이드 바이 시몬스’ 캠페인을 시작했다. ESG 경영 일환으로 선제 개발한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매트리스’, 여타 생산 공장과는 청결 부분에서 차원이 다른 ‘1936가지 청결한 생산 공정’, 국가 공인기준보다 높은 시몬스만의 품질 기준을 강조한 ‘극한 R&D 테스트’ 등이 내용이다. 시몬스 홍보팀은 “침대는 집 안에 들어가고 사용자의 피부에 직접 닿을 뿐 아니라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식품 제조 시설만큼 결벽증에 가까운 청결한 생산 공정 아래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것이 시몬스의 클래스임을 강조한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느낌 그대로 침구 집으로 옮긴 듯

특급호텔에서의 하룻밤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눈처럼 하얗고, 피부에 닿는 느낌이 ‘사각사각’ 기분 좋은 침구를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호텔 침구를 집으로 옮겨오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을 터. 덕분에 숙면을 위한 ‘슬리포노믹스’ 시장에 특급호텔들도 뛰어들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침구 리테일 브랜드 ‘더조선호텔’을 론칭했다. 2016년 4월 신세계 강남점에 팝업 매장으로 선보인 후 고객반응이 좋아 2020년 8월부터 공식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더조선호텔’은 신세계 강남점 침구매장 연매출 1위 브랜드를 기록하고 있으며 신세계 강남·광주·경기·센텀시티점 등에도 입점했다. 호텔 객실에 사용되는 구스다운 이불을 비롯해 베개·바디필로우·면 커버 세트 등 계절과 침대 사양, 취향에 맞는 70종의 침구 제품을 판매한다. 특히 각 매장에는 웨스틴 조선 서울의 객실정비 20년 경력의 파트너가 근무하면서 ‘호텔 침대처럼 각 잡는 방법’ 등 침구 정돈 팁을 전수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장민진 홍보팀장은 “기존의 침구 브랜드들은 자주 세탁하지 않고 관리가 힘들다는 점 때문에 흰색보다는 유색 상품 또는 프린트가 들어간 상품이 잘 팔리는데 ‘더조선호텔’ 침구의 80% 이상은 흰색”이라며 “주 고객층인 2050세대에서 호텔 침구의 깨끗함을 집에 옮겨놓고 싶어 하는 리빙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롯데호텔 서울 1층에 위치한 ‘해온 프리미엄 숍’. [사진 각 브랜드]

롯데호텔 서울 1층에 위치한 ‘해온 프리미엄 숍’. [사진 각 브랜드]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도 그랜드 워커힐 1층에 워커힐 굿즈 스토어 ‘스위트홈 바이 워커힐’을 운영하면서 워커힐의 프리미엄 침구류를 비롯한 욕실용품·에코백·디퓨저 등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호텔 역시 자체 침구 브랜드 ‘해온’ 론칭 후 롯데호텔 서울 1층에 위치한 ‘해온 프리미엄 숍’ 또는 롯데호텔 온라인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커버류(이불·베개)는 12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고급 린넨 전문 브랜드 ‘가스탈디’에서 제작한 제품을, 타월 3종과 구스류(이불·베개·토퍼)는 전 세계 럭셔리 호텔들에서도 사용 중인 터키의 ‘베네 라 비타’ 제품을 판매한다.

글래드 호텔이 준비한 ‘꿀잠’ 패키지 키트. [사진 각 브랜드]

글래드 호텔이 준비한 ‘꿀잠’ 패키지 키트. [사진 각 브랜드]

글래드 호텔은 2018년부터 총 11번의 ‘꿀잠 패키지’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객실 1박을 하는 고객에게 숙면을 돕는 차, 안대, 라벤더 아로마 파우치 등을 포함한 ‘꿀잠 키트’를 함께 제공하는 프로모션이다. “편안한 숙면을 취할 수 있어서 만족했다”는 고객 리뷰에서 착안해 ‘글래드 베딩’을 론칭한 후 공식 홈페이지와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도 하고 있다. 덕다운 이불, 이불 커버, 베드 패드, 베개 2개로 구성된 ‘글래드 호텔 침구세트’ 외에도 목욕 타월·가운·매트와 ‘글래드 포레스트 디퓨저’ 등의 다양한 아이템을 함께 선보인다.

‘미인은 잠꾸러기’ 숙면 화장품 인기

록시땅의 ‘필로우 미스트’. [사진 각 브랜드]

록시땅의 ‘필로우 미스트’. [사진 각 브랜드]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다. 수면 중 발생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산소 찌꺼기인 유해 산소를 제거한다. 즉, 낮 동안 만들어진 유해 산소에 의해 상처 받은 피부는 밤에 푹 잘 자야만 생기 있고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초점을 맞춰 뷰티 업계가 ‘숙면뷰티’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숙면뷰티 제품들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에서 가성비 좋은 선물로 꼽히며 MZ세대에서 호응이 좋다. 나의 숙면을 챙기는 게 우선이지만, ‘꿀잠’ 선물은 상대에게도 따뜻하고 좋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밤에 바르는 다양한 종류의 나이트 크림과 마스크 팩이 이미 수없이 출시됐지만, 최근에는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돕는’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름부터 ‘잠(슬립·sleep)’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록시땅은 2019년 가을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코쿤 드 세레니떼 릴렉싱 필로우 미스트’를 최근 새롭게 리뉴얼 출시했다. 라벤더·스위트오렌지·베르가못·제라늄·만다린 5가지 에센셜 오일에 시트러스와 플로럴 향을 추가해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주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컨셉트다. 자기 전 베개 위에 뿌려주면 낯선 공간에서도 휴식과 숙면을 취할 수 있고 진정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닥터자르트의 ‘시카페어 슬리페어 앰플 인 마스크’, 달바의 ‘워터풀 비건 슬리핑팩’도 자는 동안 불편함 없이 수분 충전을 도와주는 제품들로 인기가 좋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이너뷰티 브랜드인 바이탈뷰티를 통해 ‘굿슬립가바 365’를 선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면 질 개선 기능성을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체적용 시험 결과 수면 효율, 총 수면시간, 총 각성시간 등 7가지 수면 관련 지표에서 의미있는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최근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과 업무협약을 맺고 ‘수면 화장품’ 개발에도 착수했다. 바니스뉴욕 뷰티는 매일 밤 잠들기 1시간 전 섭취하는 프리미엄 이너 뷰티 제품을 출시했는데 매일 아침 촉촉하고 생기 있는 피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브랜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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