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철원 들녘을 지나다가 먼발치에 옹기종기 모인 무엇을 보았습니다.
희끄무레한 잿빛의 꿈틀거림,
재두루미 무리임이 직감되었습니다.

600㎜ 망원렌즈를 꺼내 살펴보니 맞았습니다.
바로 재두루미 무리였습니다.
두루미와 함께 겨울의 진객이라 불릴 정도로 귀한 친구들입니다.
어림잡아 셈해 보니 족히 200마리가 넘는 무리입니다.
가족 단위 두세 마리씩 서너 무리가 모인 것을 본 적 있습니다만,
이런 대규모 무리를 본 건 처음입니다.
하나같이 논에 머리를 파묻고 먹이를 찾아 먹는 중이었습니다.
죄다 머리를 숙인 채니 먼발치서 잿빛 몸통의 꿈틀거림만 보였던 겁니다.
그 모습을 한참 지켜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