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업계 2위 시몬스가 임원진 연봉을 자진 삭감하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경기 불황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며 올해 제품 가격 동결을 선언한 뒤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가구업계가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는 가운데 과감한 결정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시몬스는 안정호 대표를 포함한 임원 16명이 연봉 20%를 자진 삭감한다고 밝혔다. 시몬스는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인한 고통을 소비자와 분담하며 함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연봉 삭감 기간은 비상경영 체제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이라고 설명했다. 임원진을 제외한 전 직원의 올해 연봉은 전년 대비 평균 5.9% 인상했다. 이달 설 연휴 전에 경영 성과급도 지급할 예정이다.
시몬스는 이달 2일 가구업계 중 유일하게 제품 가격 동결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동결이다. 안정호 대표는 “힘들 때일수록 다 함께 가는 것과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가구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 원가가 급격하게 올라서다. 침대업계 1위이자 시몬스의 경쟁 업체인 에이스는 지난달 침대 매트리스와 프레임의 가격을 각각 평균 11.2%, 10.6% 인상했다.
한샘은 지난해 하반기 마루·창호 등 가격을 3~7% 인상한 데 이어 이달 2일 부엌·수납 일부 모델의 패널 등 가격을 2.7% 올렸다. 현대리바트도 이달 가정용 가구 품목의 가격을 5% 인상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경기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침대 가격 동결을 결정한 것은 용기 있는 행보로 보인다”며 “시몬스는 업계 평균보다 높은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었고, 가구 시장이 호황이었던 2021년 이미 세 차례 가격 인상을 했었기 때문에 올해까진 동결할 여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몬스의 매출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늘어난 침대 교체 수요와 혼수 시장의 팬덤을 바탕으로 2021년 처음 3000억원을 돌파했다. 2019년 2000억원대를 돌파한 뒤 2년 만에 급성장한 것이다. 시몬스는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침대 없는 팝업 스토어’를 내세우며 MZ세대를 중심으로 ‘힙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